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고 초토화된 국내 경기 부양을 꾀한 가운데 정작 대출금리는 변동이 없어 지역 경제의 기둥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중은행의 조속한 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 뿐더러 전시에 준하는 비상 상황인 점을 고려해 고정금리 대출자에게도 금리 인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주요 시중은행 4곳의 예금금리가 대부분 0%대로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자유 입출금 예금상품에 적용되는 기본금리가 최대 연 0.2%에서 0.1%로 내렸다. 우리은행의 `우리WON모아 예금`의 1년 만기 기본금리는 1.0%에서 0.5%로 낮췄다. 국민은행 `국민수퍼정기예금`의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최대 1.05%에서 0.95%로, 신한은행 `신한 S드림`의 1년 만기 기본 금리는 1.35%에서 1.1%로 떨어졌다.

지방은행, 저축은행도 줄줄이 예금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지만 대출금리 인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어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예금금리 인하는 엘레베이터 속도로, 대출금리 인하는 계단 타는 속도로 내려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은행 대출상품 금리는 하루 단위로 고시되는 `금융채`와 매달 바뀌는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삼고 고객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가 붙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주택담보대출은 가입 5년간 고정 이후 변동금리로 변하는 `혼합형` 상품과 가입 후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상품으로 나뉜다.

따라서 금리 절감 효과를 누리려면 변동형 상품 가입자는 가입 시점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기다려야 하고, 혼합형의 경우 고정금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존 금리가 그대로 유지된다.

경기를 부양하려는 금융당국의 취지와는 달리 금리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이번 정책이 `희망고문`이라며 조속히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침체된 경기와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진 지역 자영업자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를 단비처럼 기다리고 있던 터라 상실감은 더욱 컸다.

유성구 거주 윤모(51)씨는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도 낮아지면 남편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어 가계 사정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희망고문이나 다름 없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하루 버티는 것도 힘든 상황인 만큼 한시라도 빨리 대출금리를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국내·외 경제를 뿌리채 흔들고 있는 것으로 미뤄 현재 상황을 예외로 적용하고 고정금리에도 금리 인하를 적용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고정금리 인하는 어렵겠지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신중히 생각할 점이 있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금리가 낮아 고정금리가 손해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향후 국내 경제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앞으로 국내 상황이 나아져 금리가 다시 높아지면 고정금리 상품이 다시 장점을 갖게 된다. 그 부분을 유념해 대출 전략을 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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