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부 조수연 기자
취재1부 조수연 기자
공적마스크를 구입하는 것이 주말일상이 된 요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집앞 약국에 들렀다. 고령의 약사는 침침한 눈으로 한자한자 전산을 입력하고 마스크 두 장을 종이봉투에 담아 건넸다. 약국에 마스크가 늦게 떨어져 줄서는 손님들이 못 받아갈까 그날 아침 유통업장에서 직접 받아온 마스크라고 했다. 길어도 너무 긴 코로나19에 지친걸까. 대부분의 손님들은 카드 결제승인이 나자마자 휑하니 가게를 나갔다. 괜히 머쓱한 상황에 박카스 한 상자를 더 집어 들고 카드와 함께 `고맙습니다` 인사를 건넸다. 약사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코로나 19 방역은 곳곳에서 인력과 자원을 `갈아서` 이뤄지고 있다. 각 구성원이 맡은 역할 중 하나만 구멍이 나도 큰 일이 날 지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있지만, 사실은 서로가 없다면 하루도 버티기 힘든 나날들이다.

선별진료소에서 인터뷰이로 만난 22년차 간호사는 방역복을 입고 지나갈 때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건네던 시민을 만난 날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1일 8시간 3교대라는 살인적인 일정을 수개월 째 소화하느라 아들얼굴 보기가 힘들어도, 인사 한마디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이 존경받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출신 스포츠카 유튜버가 찍어 올린 마스크 기부 영상에 달린 첫 댓글은 비아냥이었다. 면 마스크 만드는 법이 생각보다 쉽다는 걸 구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는 "왜 안하던 짓 하냐", "착한 척 한다"는 내용의 악플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누군가는 돈내고 마스크를 사고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한다. 의료인들은 "할 일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기부자에게는 `쇼한다`고, `이미지 관리`라고 깎아내린다.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유난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인간성은 말살되고 사회는 무너진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상황을 이겨낼 때 까지 우리 모두 조금만 덜 아끼면 안될까. "고맙다"는 얘기 말이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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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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