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헌 인아트 대표
엄태헌 인아트 대표
그 어느 때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한국이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에 나선 것처럼, 세계 각국은 `stay at home` 을 권고하고 있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집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집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안전하며, 가장 편안한 곳이다. 이제는 우리 가족의 마지막 피난처가 된 집. 그렇지만 혹자는 오히려 집을 갑갑하거나 불편한 곳으로 여기기도 하는 듯 하다. 안전하고 안락하며,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가장 좋은 집은 과연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집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늘 고민해왔지만 쉽게 한두 마디로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몇가지 원칙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가족 구성원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이다. 집에 나만의 공간은 꼭 있어야 한다. 꼭 내 방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작은 테이블이나 혹은 의자 하나 정도는 내 것인, 집 어딘가에는 나만을 위한 작은 공간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방을 내주고, 거실을 내주고, 하루종일 음식냄새 가득한 주방에 갇히거나 겨우 추운 베란다 구석자리에 만족하는 대신,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집안 어딘가에 있다면 집에 대한 애정은 조금 더 커지지 않을까.

두 번째로는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족은 함께하는 시간만큼 더 깊은 유대와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공용공간인 거실과 주방 인테리어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이유는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의 취향도 생각하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요구사항도 고려해야 하니 선택하기가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로는 `디자인만큼 안전이 중요하다`를 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도 하다. 같은 제품을 고르더라도 건강하고 안전한 소재를 꼼꼼히 체크하고, 어떻게하면 오랫동안 안전하게 쓸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은 다른 모든 산업에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일테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앉고, 잠드는 가구만큼은 좀더 까다롭고 깐깐하게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0 자재나 원목이 왜 좋은지,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의 마감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친환경 오일을 사용했는지, 마감이나 부품까지 까다롭게 챙기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많은 분들이 우리집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우리 가족을 위해 어떤 집을 만드는 게 좋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많은 분들과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지역사회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모든 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엄태헌 인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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