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모여 있으면 전염 가능성이 높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때 마을활동가들은 모였다. 일상의 위험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는 고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돌봄과 위로로부터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멈추게 했고 새롭게 알게 했고 일상을 바꾸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다. 생활을 위협하는 위기에 지역에서의 상호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려주었다. 마을 활동가들은 우리 마을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주민들은 어떤 필요를 갖고 있는지 일상에서 대화모임을 하고, 주민간 상호신뢰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공간을 내어놓고 주민자치형 공유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주민과 함께 마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렇게 모인 의견들은 마을총회를 통해 함께 공유하고 가장 필요한 일들을 합의해나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우리는 정부 주도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처럼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계속 늘어가고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위험으로부터 일상에서 기본생활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문제해결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문제와 필요는 지역이 소통하며 스스로 해결해가는 것을 일상화해야 한다. 이것이 주민자치이고, 주민자치력을 높여가는 것이 마을공동체 활동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쓰고 온 노란 마스크가 화제가 됐다. 이러저러한 추측이 난무했지만 대전 마을활동가들이 만든 마스크이고,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는 게 고마워 착용했다는 이야기는 훈훈한 에피소드가 됐다. 위험이 생기는 가까운 곳, 지역에서 `안녕하세요`라고 묻고, 서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사회적신뢰를 만들어가는 주민자치가 중심이 되고, 그것을 지원하고 부족분을 채워주고 기반을 만드는 것은 중앙정부가 하게 되면 우리는 훨씬 많은 위로와 연대 속에 유쾌하게 일상을 살아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강영희 대전시 공동체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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