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완성, 정치권에 '세종은 없었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이 지역민심과 역행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전경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이 지역민심과 역행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전경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으로 출발한 `행정수도 세종`의 위상이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총선을 한달 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주요 정당들이 발표한 `4·15 총선 10대 핵심공약`에 세종시 관련 공약은 없었다.

대선과 총선 등 주요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행정수도 완성`은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국회세종의사당 설치와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법 개정안 등 핵심 과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한 민심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충청대책위)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세종시 최초로 분구가 결정된 세종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공약을 앞세웠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외침을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관련입법과 후속 작업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세종`이 걸어 온 길과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 그리고 세종시민들이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행정수도에서 행복도시까지 `희비 교차`

지난 200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노무현 전대통령이 신행정수도건설사업을 공약으로 내 걸면서 시작된 `행정수도 세종`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자치분권 실현이라는 대명제로 시작됐다.

하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판결을 받은 이후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백지화 논란으로 무산위기를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2년 7월 1일에서야 세종특별자치시가 탄생했다.

이후 총리실을 비롯, 중앙행정부처의 이전이 마무리되었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서 마침표를 찍어야 할 국회세종의사당 건설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 그리고 세종시법 개정안 등이 미완성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함께 이를 뒷받침해야 할 집권여당의 미온적 태도와 제1야당인 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전신)의 비협조적 태도에 뒷전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집권여당의 수장인 민주당 대표(이해찬 의원.세종)를 보유하고서도 주요 의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대표가 발의한 세종시법 개정안은 수년 째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국회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국회세종의사당도 다르지 않았다.

국회사무처가 후보지 용역결과를 내고, 세종시에서 설계용역비를 요청했지만,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검토과정조차 갖지 못한 채 한 해를 넘겨버리고 말았다.

특히 황교안 대표를 비롯, 중앙당 지도부와 충청권 4대 시도에 지역구를 둔 한국당 의원은 세종의사당 건설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이전 규모와 시기, 방법 등 로드맵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치권의 낯뜨거운 소모적 논쟁이 세종시민들은 물론, 충청권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자 여야는 지난해 말 정기국회 종료시점에 이르러서야 세종의사당 설계용역비 중 일부인 10억을 편성하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하기에 급급했다.

◇여야 정치권에 `세종은 안중도 없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19 사태에도 불구, 정치권의 욕심과 눈은 `4.15 총선`에 머물렀다.

한때 `총선연기론`까지 거론되었지만 선거구별 후보자 선정작업 마무리 단계였던 지난 19일 여야는 `4·15 총선 주요핵심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올라온 여야의 핵심공약에 `행정수도 세종` 의제는 없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충청권 상생을 위해 행정도시완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핵심공약 누락에 대해서는 소속을 떠나 어느 후보 하나라도 이렇다 할 입장이나 논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갑과 을구로 나눠진 세종선거구 대진표가 완성되면서 여야 후보들마다 대표공약을 제시하겠지만 그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지역구 의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중앙당 차원에서 우선 과제로 선정해 주지 않는다면 의결과정에서 좌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 참석차 세종을 방문했던 황교안 대표는 "국회는 상임위가 아닌 전체가 이전해야 한다"며 제1야당 수장으로서는 최초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마저도 빛을 바랬다. 함께 참석했던 충청권 의원들(이장우, 정진석 의원 등)의 입장은 제각각이었다.

`의사당 건립설계용역비 예산 반영에 앞서 국회 내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이라는 견해와 `설계 용역비는 10억이 아니라 그 이상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비롯, 심지어는 `집권 여당조차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그 쪽(민주당)에 먼저 얘기해 보라`는 식의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지난해 세종시를 뜨겁게 달궜던 3가지 핵심의제는 이번 총선과정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행정수도 완성을 갈망하는 충청권 민심과는 달리 여야 모두 `10대 핵심공약`에 세종시를 빠뜨리는 우를 범했다.

◇4.15 총선, 세종과 충청권 표심 어디로?

의도적이든 아니든 민심을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지방분권세종회의는 19일 성명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명시된 주요 정당의 10대 핵심공약을 들여다봤다"며 "각 정당별 공약에 행정수도 완성을 비롯한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 의제가 제외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정치권의 행태가 민낯으로 드러난 셈이다.

세종회의는 "지난해 12월 수도권 인구가 총 50%을 돌파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에 있는 비상 시국"이라며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균형발전 의제 누락은 국가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사고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준식 상임 대표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 의제가 후순위로 밀릴 만큼, 유권자의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이와 함께 세종회의는 정치권을 향해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 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기차게 강조했던 국가균형발전 공약도 의문이 제기된다.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수도권 집중 완화` 개혁드라이브에도 불구, 지난해 말 수도권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했다.

정부세종청사에 속속 중앙부처기관이 이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후속책들은 더디기만 하다. 공무원들의 출퇴근 문제는 물론, 행복도시 세종의 안착을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 같은 차원에서 △세종시법 개정안 통과 △국회세종의사당 건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등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와 4대 지방선거는 물론, 지난 20대 총선 당시 여야를 떠나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행정수도 완성` 공약은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셈법을 벗어나지 못한 채 `표심 구걸`에 급급한 정치권에 대해 550만 충청권 민심이 어떤 표심으로 응징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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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한 세종시 전경.
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한 세종시 전경.
지난해 12월 세종시를 찾아 처음으로 국회 전부이전 의사를 밝힌 황교안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대표.
지난해 12월 세종시를 찾아 처음으로 국회 전부이전 의사를 밝힌 황교안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대표.
2016년 3월 세종시 완성을 명분으로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당 이해찬 현 대표. /사진=연합뉴스
2016년 3월 세종시 완성을 명분으로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당 이해찬 현 대표.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7년 출범한 행정수도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 자료=연합
2017년 출범한 행정수도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 자료=연합

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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