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서 대전대 총장
이종서 대전대 총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3월 말이니 분명 봄이 왔건만 대학캠퍼스는 한겨울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젊음의 열정이 넘쳐나야 할 캠퍼스는 적막하기만 하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로 지난 입시에서 지방 그리고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대학들이 고전을 하여 마음이 얼어 붙어있을 것이다. 2021학년도 입시를 생각하면 "캠퍼스에 봄이 다시 찾아올 수가 있을까?"하는 걱정마저 들 것이다. 오늘은 코로나19는 논외로 하고 대학이 스스로 대책을 찾아야 하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방안들은 논의해 보기로 한다.

우리나라는 본래 학구열이 높은데다 짧은 기간에 근대화를 이루어야 하는 시대적 사명으로 대학입학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하여 기형적인 고등교육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국가재정의 어려움으로 사립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민간의 대학설립도 기준을 완화하여 급속히 공급을 늘려왔다. 이렇게 공급을 늘려도 수요가 넘치니 학교별 주어진 정원 외에도 외국인, 농어촌 출신을 비롯한 교육기회가 소외된 학생들을 정원을 넘어서 까지 입학을 받아들이도록 정원 외 제도까지 만들어 운영하였다. 이것으로도 부족하여 독학사, 학점은행제를 비롯 사이버대, 전문대의 전공심화과정 등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또한 인구억제정책의 실패사례와 동일한 정책오류로 대학의 입학정원을 통제해야할 시점에 `대학설립준칙주의`라는 대학개혁정책으로 대학설립을 더 쉽게 만들었다.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규제완화라는 명분하에 대학설립을 쉽게 하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퇴출한다는 논리였지만 거대한 시설투자와 교수, 학생들을 선발한 후에 대학을 퇴출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야기하는데 큰 몫을 하였다.

이렇게 장황하게 과거의 역사를 나열한 것은 이를 이해하여야 그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요가 넘쳐 공급의 장벽을 낮춘 부분들을 되돌려 놓는 것으로부터 대책이 출발해야 한다. 학생교육 여건을 고려하여 학교별 정원을 책정했기에 정원 외 제도는 정원 내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수요가 넘쳐 부득이 이러한 방법으로 그 수요에 대응했다면 이제는 정원 외 입학이라는 제도를 없애나가야 한다. 또한 정규 대학만을 대상으로 입학정원을 감축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이외에 각종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모든 제도의 공급도 감축하여야 한다. 한쪽에서는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을 줄이도록 하면서 전문대학의 학사학위 수여는 확대토록 한다든지, 다른 학사학위 수여기관에 대하여는 정원감축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다만 한 가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정원 외 입학허용은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70년 대 말 산업체 부설학교 내지 학급은 감동스런 추억으로 남아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꿈은 계속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산업체 부설학교, 야간대학은 그 꿈을 실현시켜주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당시 산업체 부설학교의 졸업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고 감격의 장면이었다.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우리나라로 유학을 오는 외국학생들을 보면 산업체 부설학교를 떠올리게 된다. 이들이 우리 대학에 유학을 오는 이유는 공부도 하고 돈도 벌기 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학을 온 후에 학교를 이탈하여 돈을 벌기 위해 잠적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나 정부당국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산업체 부설학교 모델을 원용하는 것은 어떨까. 정부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학생들에게 산업체에 취업을 허용하고 야간, 주말, 방학을 이용하여 인근의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등록금은 대학, 본인, 정부(외국원조자금)가 각각 3분의 1씩 부담하면 되지 않을까. 기업들의 인력난도 해소하고, 대학들의 학생 수 감소도 해결하며 외국학생들과 개발도상국가에 도움을 주는 일석삼조의 방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또한 현재와 같이 정원 외로 무제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내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이종서 대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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