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자연증발시설서 지속해서 방사성 폐기물 방출

20일 오전 11시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및 임직원들이 지난해 연구원 시설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 방출 사고에 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20일 오전 11시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및 임직원들이 지난해 연구원 시설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 방출 사고에 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원 시설에서 발생한 극저준위 방사성 물질 방출 사고는 운영 미숙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자연증발시설에서 지속해서 방사성 폐기물이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월 21일부터 벌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에 대한 조사를 발표하고 이 같은 결과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원자력연에 통보, 후속조치를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원안위는 이번 방사성물질 방출로 인한 외부 환경영향을 매년 원자력연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측정한 방사선환경조사 기록을 토대로 검토한 결과 주변 하천수는 모두 최소검출농도 미만인 것을 확인했다.

또 연자력연 정문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는 지난해 4분기에 확인된 kg당 25.5베크렐이라는 특이값 외에는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외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원안위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시설의 배수시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운영 돼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원자력연의 자연증발시설은 지하저장조(86만ℓ)에 극저준위(리터당 185 베크렐 이하)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한 뒤 증발천에 흘려보내 태양광으로 자연증발 시키고 남은 방폐물은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설계해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설계도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는 지하에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600 ℓ)가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설치돼 있었다.

이 시설은 1990년 8월 건설돼 매년 4-11월 운영돼 왔지만 그간 운전자들은 지하저장조 외에 바닥배수탱크가 별도로 설치된 것을 모르고 1층의 모든 배수구는 지하저장조와 연결돼 폐순환된다고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CCTV 영상과 재현실험 등을 통해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 26일 필터 교체후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에서 넘침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약 510 ℓ의 액체 방폐물이 외부로 누출됐다.

그리고 매년 11월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터하단 배수구로 일부 방폐물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외부로 누출됐다고 원안위는 밝혔다.

다만 동절기 이후에는 방사성 물질 대부분이 우수관 표면이나 하천토양 등에 흡착됐기 때문에 지난해 4분기 이전에는 원자력연 외부 방사선 환경조사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6일 운전 미숙 후 10월-11월 강수량이 많아 방사성 물질의 일부가 부지 외부까지 흘러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원안위는 원자력연의 100여 개 원자력·방사선이용시설의 인허가 사항과 시공도면이 현재 시설 상태와 차이가 없는지 전면조사를 벌이고, 연구원내 환경방사선(능) 조사지점 확대와 방폐물 관련 시설의 운영시스템 등을 최신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원자력연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방출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원석 원장은 "원자력연의 모든 임직원은 원안위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비록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없는 극미량의 방사선량이지만 누출이 발생한 사실만으로도 시민 여러분의 믿음을 저버리고 연구원의 신뢰를 깎는 일임을 통감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연구원은 사건 발생 직후, 오염된 토양을 제거하고 방사성물질이 추가로 유출되지 않도록 맨홀 내부 관로와 우수 유입구를 차단하고 유출방지 차단막을 설치했다"며 "환경방사능 분석 강화를 위해 주 1회 하천토양을 분석하고 채취지점을 추가하는 한편, 토양 깊이별로 방사능을 분석해 향후 좀 더 정밀한 환경방사능 분석을 실시하도록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고가 발생하는 즉시 대전시와 유성구에 알릴 수 있도록 핫라인을 설치해 지자체와 좀 더 신속하고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자연증발시설의 종합안전 대책 뿐 아니라, 전사적 관리체계, 설계기반 형상관리, 운영체계, 안전의식을 포함한 상세한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 원안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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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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