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
△반대의 놀라운 힘(샬런 네메스 지음·신솔잎 옮김)= "아니라고 느낄 땐 아니라고 말하라." 다수가 합의한 결정은 무조건 옳은 것일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집단사고의 늪에 빠져 눈앞의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함정에 스스로 걸어들어 갈 때가 종종 있다. 1978년 미국의 존스타운에서 918명의 사람들이 집단 자살한 사건은 다수의 합의가 일종의 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극적인 사례다. 다수의 의지는 때로 어느 통치자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는데, 우리를 다수 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압력이 가해진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해 발생한 유나이티드 항공 173편의 추락 원인을 보면 승무원들은 모두 프로였지만 착륙장치 이상에만 매달리다가 연비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장에게 보고하지 못했고, 결국 연료 부족과 엔진 고장이 맞물려 항공기는 공항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추락, 10명이 사망하고 2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군데로 몰린 집단사고는 때로 큰 사고를 일으킨다. 그래서 관점을 넓히고 집단사고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우리에겐 반대 의견이 필요하다. 반면 집단에 맞서 내부 고발자가 된 에드워드 스노든의 사례에선 집단에 맞서 싸운 반대 의견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내부 폭로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국가 안보만큼 개인의 사생활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소수 의견, 즉 다수의 합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심지어 세상을 바꾼 사례를 소개하며 소수의견이 왜 중요한지를 설파한다. 청림출판·304쪽·1만 6000원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로버트 커트너 지음·박형신 옮김)= 1970년대 이후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밀려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불평등한 경제와 권력지향적 정치는 과연 시장경쟁과 지구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일까? 이 책은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로버트 커트너는 한때 서로를 강화하는 건강한 사이였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어쩌다가 이토록 불편한 관계가 되었는지를 수많은 정치적 인물과 사건 속에서 얽어내며 매우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커트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건전한 균형을 이루었으나 글로벌 자본주의를 거치면서 이러한 균형이 무너졌다고 강조하면서, 전후의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자본주의`에서 오늘날의 대안을 찾는다. 또 전 세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극우 민족주의의 근원과 금융의 지구화로 심화된 약탈적 자본주의를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분노할 대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직시하도록 만든다. 한울아카데미·544쪽·4만 2000원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최민희 지음·김유진 인터뷰)=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 `촛불 국민 언니`라는 애칭을 얻은 최민희는 언론개혁운동가이자 전 국회의원이다. 그는 1985년 월간 `말` 1호 기자,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간사로 언론운동에 입문한 후 평생을 언론 바로 세우기에 헌신했다. 이 책은 그의 삶을 반추하면서 동시에 한국 언론개혁운동의 현대사를 되짚어보고, `조국 사태`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찾도록 도와준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가 인터뷰어로 참여하여 촛불시민들의 물음을 대신했다. 최민희는 `조국 사태`를 맞아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를 목도하면서 권력이 돼버린 언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 검찰개혁 다음으로 언론개혁을 주장한다. 최민희는 엘리트 권위주의에 빠진 언론은 시대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의 개혁 또한 어렵다며, 언론개혁은 검찰개혁 못지않은 시대적 과제이기에 시민들이 나서서 검찰개혁 때보다 더 큰 촛불을 조직해달라고 주문한다. 21세기북스·360쪽·1만 8000원

△공감의 온도(신은영 지음)= 이 책은 동화작가 신은영의 독서 기록이자 추억을 되살려 자신의 일상을 변화시켜가는 성장일기다. 전체 3장으로 구성된 이야기 하나하나가 저마다 다른 상처를 돌아보게 하고 정다운 위로를 전해준다. 무심코 넘긴 책장에서 좋은 글귀를 발견하면 주저 없이 옮겨두고, 자신의 추억 속에서 비슷한 경험을 떠올린다. 그리고 가족과 이웃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듣고, 그들에게 충분히 공감하며 기꺼이 챙겨주려는 작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젠체하지 않고 솔직하게 써내려가는 작가의 소박한 깨달음이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친근함을 더해준다. 또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선 산책길을 비추는 햇살처럼, 마음을 데우며 스며드는 이야기가 경쾌한 웃음으로 되살아난다. 때로는 명랑하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도 문득 수줍은 다짐을 한다. 일상을 다독이며 돌아보는 사이 새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도 된다. 저자는 이 책이 바로 곁에서 함께 걸어주고 같이 있어주는 든든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엔·232쪽·1만 5000원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반대의 놀라운 힘
반대의 놀라운 힘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공감의 온도
공감의 온도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