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상 기자
천재상 기자
"솔직한 심정으로는 마스크 판매 그만 두고 싶습니다. 본업에도 지장이 생기고 시민들에게 욕설을 들을 때가 있어 우울해요."

`마스크 판매처`로 전락한 약국의 약사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약사들은 본업인 약품 제조도 포기한 채 마스크 판매에 매진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마스크 구매 시민들을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최근에는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며 마스크 판매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마스크 분할` 업무까지 떠맡았다. 과중한 업무에 `마스크가 왜 없느냐`는 욕설까지 들어야 하는 등 심리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 토요일 하루만이라도 마스크 판매를 하지 않으려는 약국이 등장할 정도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우울한 이들은 또 있다. 사실상 `가택 연금(?)`을 당한 노인들이다. 최근 시에 따르면 지역 내 경로당 825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경로당에 등록된 회원 3만 3918명이 갈 곳을 잃었다. 같은 시기 지역 노인일자리사업 220개와 자치구별 1-2곳씩 운영되던 노인사회복지관도 모두 운영이 중단 됐다. 동네 경로당에서 동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삶의 큰 낙이이었던 노인들은 방안에 고립된 채 극도의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일 중구 태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앉아있던 한 노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노인정에 갈 수 없어 종일 집에서 지낸다. 하루하루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시민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우울감)`, `코로나 포비아(공포증)`와 같은 단어가 등장할 정도다. 공황장애·불안·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시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주된 전파 통로가 `사람`인 탓에 사람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며 시민 사회의 우울감을 줄여줄 대책이 절실하다. 마스크 쓰기, 외출 삼가기 등 사람간 물리적 거리는 넓히되, 심리적 거리는 좁혀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한 방역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줄 `심리 방역`이 필요하다.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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