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 ㈜드림이엔지 회장.
홍윤표 ㈜드림이엔지 회장.
노가다를 버려야 건설이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된 건설이 `노가다`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어 건설 분야의 창의적인 기술발전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건설업무의 개발을 저해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노가다라는 별칭이 왜 건설 업무에 붙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가다가 일본 말의 `틀이 없다`라는 뜻인 것을 보아 미뤄 생각하면, 건설이 터(부지)만 있는 무(無)의 상태에서 지상, 지하의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말할 수 있겠다.

노가다가 좋은 의미보다는 건설일을 비하하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여건이 열악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게 힘든 일을 지칭하는 3D 업종으로 생각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건설에 노가다가 자리하게 된 것은 산업시설이 거의 없어 먹고 살기 위해 급격한 산업 시설과 도시생활기반이 필요했고 이를 짧은 기간 내에 이뤄 내기 위해 양질의 품질보다는 양적인 결과물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건설은 계획-설계-시공-운영으로 이뤄지며 각 과정에서는 창의력과 모든 분야의 기술력과 예술성, 정성, 노력이 요구되는 것임으로, 틀이 없는 노가다로는 결과물이 이뤄질 수 없다.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부실로 인해 편리성과 아름다움이 떨어지고 수명이 단축되며 심하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앞서 말한 급격한 발전과정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피와 땀으로 양적 발전을 이뤄 세계 10위권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노가다라는 자조적인 꼬리표를 떼어 버리고, 합리적인 운영과 기술력으로 선진 건설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적 위주의 관주도가 아닌 건설 기술자들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기술자들이 의무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최고의 품질을 자랑 하는 건설 작품을 만들도록 하면 그 현장에서 함께 일한 근로자들도 자부심을 갖게 돼 좋은 품질의 건설이 진행될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도로, 공원, 아파트, 성당 등에 건설기술자 가우디의 기술과 예술혼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언젠가 본 25시라는 영화에서는 포로가 돼 공병삽으로 스웨즈 운하 현장에서 땅을 파고 있는 사람이 운하가 완성되면 자기 아들에게 내가 만든 운하라고 자랑하겠다는 대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의 건설기술자들도 창의력과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훌륭한 건설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고,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노가다라는 자조적인 호칭을 벗어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해 우리의 건설기술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윤표 ㈜드림이엔지 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