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병 참솔한의원 원장
김기병 참솔한의원 원장
비만은 음주, 운동부족, 과식, 폭식, 기름기 많은 음식 등의 섭취로 발생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과도한 비만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의 불편함과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이러한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운동, 식이요법, 약과 건강 기능 식품복용 등 수많은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비만인들은 감량 후 그 체중을 지키지 못하고 요요현상으로 원래 체중으로 빠르게 돌아가거나 아니면 그 이상의 체중이 되어 버리고 만다. 한의학에서 요요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지방이 축적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하는데 소홀하기 때문으로 본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을 체내에 수습(水濕)이 정체되고 그 수습 속에 있는 탁한 물질인 담음(痰飮) 등이 응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장 육부 중에서 비장은 운화작용이라는 것을 하는데, 이는 섭취한 음식을 인체가 흡수하고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물질로 변화시키고 필요한 곳으로 운반시키는 것이다. 비장이 상해 기능이 저하되게 되면 운화작용이 잘되지 않아 내습과 담음이 생기고 흩어지지 않고 뭉쳐 비만이 되는 것이다. 석실비록이라는 한의학 서적에서 진사탁이라는 명의는 "肥人多痰,乃氣虛也.虛則氣不能運行,故痰生之."(비만한 사람은 담이 많으나 기는 허하다. 허하면 기가 운행할 수 없어 담이 생긴다)라고 표현했다.

기를 생성하고 운행시켜주는 비장은 과사(過思, 생각을 과도하게 함), 음식부절(飮食不節,식생활을 불규칙하게 하고 절제하지 못함), 노권상(勞倦傷,육체노동이 과하여 비장과 원기가 상함),운동 부족 등으로 상하게 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비만을 치료하는 큰 틀은 비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운화기능을 촉진시켜 내습과 습담이 생기지 않게하고 이미 생긴 것들은 흩어지게 하는 것이다. 비장의 운화작용을 좋게 하는 약재로는 인삼, 백출, 율무, 복령, 귤껍질 등이 있는데, 각자 개인에 맞는 처방에 위의 약재들과 내습과 습담을 제거하거나 흩여주는 약재들을 더하거나 빼어 처방해 꾸준하게 복용하게 한다. 더불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고 규칙적인 식습관, 생활습관, 운동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1970년 초반 통일벼(정부미)가 생산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보리 고개가 있었다. 그 무렵에는 살이 찌는 것이 보기 좋았던 때였고, 남편이 마르면 부인이 민망해하던 시절이였다. 그래서, 가끔 동네에서는 마가린이나 버터를 구해서 남편에게 먹일 정도였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먹을 것이 풍족해져 살이 찌는 것이 병이고 못나보이는 것이 되었다. 살이 찌는 것은 다음 식사를 언제 할지 모르는 생존을 위협받았던 몇 십 만년 동안 인류의 진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유전자인 것이다. 만약, 살찌는 유전자가 없었으면 우리 조상 중에서 누군가는 기근이 들었을 때 굶어죽었을 것이고, 오늘날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연비가 좋은 차를 좋아한다. 그런데,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살이 잘 찌는 유전자는 싫어한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유전자를 부러워한다. 부러워할 필요 없다. 적당히 규칙적으로 먹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고, 정해진 일정 양만큼 매일 적당히 운동한다면 나에게 맞는 체중과 체형을 유지할 수 있다. 비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바로 규칙적인 절도 있는 생활이고, 그것이 비만을 막는 방법이다.

김기병 참솔한의원 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