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생성하고 운행시켜주는 비장은 과사(過思, 생각을 과도하게 함), 음식부절(飮食不節,식생활을 불규칙하게 하고 절제하지 못함), 노권상(勞倦傷,육체노동이 과하여 비장과 원기가 상함),운동 부족 등으로 상하게 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비만을 치료하는 큰 틀은 비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운화기능을 촉진시켜 내습과 습담이 생기지 않게하고 이미 생긴 것들은 흩어지게 하는 것이다. 비장의 운화작용을 좋게 하는 약재로는 인삼, 백출, 율무, 복령, 귤껍질 등이 있는데, 각자 개인에 맞는 처방에 위의 약재들과 내습과 습담을 제거하거나 흩여주는 약재들을 더하거나 빼어 처방해 꾸준하게 복용하게 한다. 더불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고 규칙적인 식습관, 생활습관, 운동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1970년 초반 통일벼(정부미)가 생산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보리 고개가 있었다. 그 무렵에는 살이 찌는 것이 보기 좋았던 때였고, 남편이 마르면 부인이 민망해하던 시절이였다. 그래서, 가끔 동네에서는 마가린이나 버터를 구해서 남편에게 먹일 정도였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먹을 것이 풍족해져 살이 찌는 것이 병이고 못나보이는 것이 되었다. 살이 찌는 것은 다음 식사를 언제 할지 모르는 생존을 위협받았던 몇 십 만년 동안 인류의 진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유전자인 것이다. 만약, 살찌는 유전자가 없었으면 우리 조상 중에서 누군가는 기근이 들었을 때 굶어죽었을 것이고, 오늘날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연비가 좋은 차를 좋아한다. 그런데,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살이 잘 찌는 유전자는 싫어한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유전자를 부러워한다. 부러워할 필요 없다. 적당히 규칙적으로 먹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고, 정해진 일정 양만큼 매일 적당히 운동한다면 나에게 맞는 체중과 체형을 유지할 수 있다. 비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바로 규칙적인 절도 있는 생활이고, 그것이 비만을 막는 방법이다.
김기병 참솔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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