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를 도입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마스크 구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부제 시행 전이나 이후에도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어서다. 마스크 구입이 어려울 바엔 차라리 정부가 완전 배급제를 통해 국민에게 나눠주는 게 오히려 낮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어제까지 약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을 통해 전국에 공급된 마스크는 4847만 장에 이른다. 5부제 시행 전보다 1500만여 장이 더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충청지역에는 인구보다 적은 수량의 마스크가 공급돼 마스크 구하기가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었다. 147만 대전 인구가 1인당 2장씩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294만 6000여 장이 필요하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마스크가 공급됐고, 충남은 213만 도민이 1명당 2장은커녕 1장도 구입할 수 없는 160만 장 밖에 보급되지 않았다. 그나마 세종과 충북은 인구보다 많은 마스크를 보급했지만 1인당 2장씩 구매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국내 마스크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마스크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줄서기 광경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약국의 입고 시간과 판매 시간도 제각각이어서 시민들이 헛걸음치는 일도 과반사란 점에서 아예 정부가 마스크 완전 배급제를 도입하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부산 남구가 마스크 100만 장을 확보해 구민들에게 직접 3장씩 나눠준 사례는 좋은 본보기로 꼽힌다.

아직도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화나고 판매하는 약국은 답답하고 짜증 나는 시장 구조라면 정부가 마스크 생산량 전부를 사들여 공급하는 완전 배급제를 실시하는 것도 괜찮다. 준 배급제 성격의 5부제마저도 마스크 혼란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검토해볼 만도 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존이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라면 정부의 시장 개입이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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