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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개인전 '침묵의 공간, disparition-apparition'展

2020-03-16 기사
편집 2020-03-16 14:48:30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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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영진, 섬(ile) 104x110cm, Photogram, Pigment Print, 2016-2017.


빛, 유리, 기억처럼 투명한 요소를 가지고 '이미지로만 남은 감정의 흔적들'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렌즈가 아닌 '빛'을 이용해 형상을 만들어내는 김영진(35) 작가의 포토그램 전시가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열린다. 전시에선 3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모리스갤러리의 '2020 멘토링 프로젝트' 첫 번째 전시다. 모리스갤러리의 멘토링프로젝트는 대전·충청의 젊은 작가와 평론가를 매칭해, 전시 및 평론 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 기획부터 작가와 평론가가 협의해 상호 소통하고 멘토링도 받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 청년작가와 평론가 발굴 프로젝트다. 이번 김영진 전시엔 유현주 미술평론가가 매칭돼 작업했다. 오는 5월과 6월에는 강철규 작가-황효순 평론가, 윤예진 작가-허나영 평론가가 함께한다.

포토그램은 사진 분야의 한 장르로 카메라를 쓰지 않고 감광재료 위에 직접 물체를 두고 빛을 쬐어 빛과 그림자만으로 영상구성을 하는 표현기법에 의한 사진이다. 암실에서 빛을 이용해 형상을 만들기도 하고 지우기도 한다.

사진은 여전히 세계를 훤히 드러내는 '밝은 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회화의 보조수단이었던 '카메라 옵스쿠라'(어두운 방)가 '카메라 루시다'(밝은 방)로 불리게 된 것은 사진 특유의 리얼리즘 미학에서 비롯된다. '밝은 방'으로서의 사진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현실의 은폐된 것들을 '기계의 눈'으로 명료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김영진 작가의 작업은 현실의 복제와 같은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평면에 인화한 이미지는 실제 사물을 재현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이미지가 된 사물 즉 사물-이미지와 같은 모호한 추상의 상념에 가깝다. 그런데 이 이미지들을 작가는 어떻게 포착한 것일까.

김영진 작가가 포토그램으로 그려낸 사물-이미지는 재현할 수 없는 것, 어쩌면 실재계에 존재할 지도 모를 심미적 대상들에 속한다.

그의 이번 전시에서는 '섬', '은하수: 그늘 속 파편들은 먼지가 되어', '파도' 작업들로 대변되듯이 세가지의 공간이 보인다.

'섬' 연작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의 기억과 감정을. '은하수: 그늘 속 파편들은 먼지가 되어' 연작에서는 어둔 길가 속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부서져 사라져 가던 작은 유리파편들의 반짝거림에 받았던 작은 위로를, '파도' 연작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빌려 말하자면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계속하고 있는 잠든 사람처럼, 멈췄는가 싶으면 한숨지으며 다시 숨을 내쉬고 있는 파도, 물결의 이미지들을 닮은 드로잉 포토그램 작업들을 담았다.

만 레이가 1920년대 고안한 포토그램은 인화지 위에 새기는 빛의 시학이다.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감광지 위에 직접 피사체를 올려놓고 인화하는 방식의 이 기법은 대상의 물질적 성질을 해체시키고 물체의 질감과 명암을 조화롭게 드로잉 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추상화를 선보인다.

이처럼 회화성을 극대화하는 포토그램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김영진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전시되는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집중했던 '섬'시리즈와 지난 해부터 심혈을 기울여 창작해온 작업인 '은하수: 그늘 속 파편들은 먼지가 되어', 그리고 '파도'라는 제목의 연작들이다.

유현주 미술평론가는 "섬 연작에서 작가는 아이슬란드에서 체류했을 때의 불안, 허무함 그리고 모순적이지만 편안함이 공존했던 투명한 감정의 흔적들을 인화한다. 흑백의 포토그램으로 작업한 '섬'은 실물보다 좀 더 커 보이는 투명한 다이아몬드 패턴의 유리컵을 모델로 한 것 등 다양한 유리컵을 사용한 작업들이다"라며 "김영진의 '섬'은 마그리뜨의 '성(城)'처럼 중력과 상관없이 허공에 떠있고, 비어져있지만 채우길 거부하는 몸짓이며 한편, 컵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빛의 위치와 조도로 형상화한 '빈 공간'은 우주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만다라 이미지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와 첫 선을 보이는 '은하수: 그늘 속 파편들은 먼지가 되어' 연작들은 작가가 어두운 길가에서 발견한 유리파편들을 가지고 한 포토그램 작업이다. 흥미롭게도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유리 조각들에서 김영진은 은하수 이미지를 그려냈다. 유 평론가는 "김영진의 작업들은 카메라 렌즈의 클로즈업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포토그램만이 할 수 있는 빛의 드로잉을 통해 유리 조각들은 은하수-이미지로 전용된다"고 말했다.

김영진의 작업 중에서 회화의 제작방식을 취한 작품 '파도연작들은 실제 암실 속에서 작가가 유리판에 물감으로 드로잉 한 것들이다.

김영진 작가는 "암실 속에서 유리판에 물감으로 물결들을 그렸다. 물거품과 같이 곧 사라지는 물결의 이미지들은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드로잉은 사라진다. 그 사라지는 과정을 빛을 통해 순차적으로 남겼다. 그리고 유리판의 드로잉은 다시 물로 싹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드로잉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흰 포말이 이는 바다는 침묵에 가득찬 어둠 속에서도 사라질듯 사라지지 않는 영속성을 보여준다. 그것이 나에게 깊은 고독과 위로를 준다"고 작업의 의미를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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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김영진, 섬(ile)
107.6x110cm, Photogram, Pigment Print, 2016-2017.


첨부사진3김영진, 빈 공간(black void)
110x110cm, Photogram, Pigment Print, 2016-2017.


첨부사진4김영진, 은하수:그늘 속 파편들은 먼지가 되어
106x133cm, Photogram, Pigment Print, 2020


첨부사진5김영진, 파편 속 이미지 III
16x16cm, Photogram, Pigment Print, 2020


첨부사진6김영진, 호흡(물결치는 침묵) 1, 2, 3. 각 75x60cm, Drawing on Plate Glass, Photogram, Pigment Prin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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