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국내 금융시장의 회복 속도가 메르스 등 다른 감염병 사태 때보다 느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제조업 생산 등 실물경제 악영향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인해 가중돼 나타날 것으로 평가했다.

12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의 세계보건기구(WHO) 최초 상황 보고 발표일인 지난 1월 21일을 기준으로 다른 유행 감염병과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 반응을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물경제 측면에서 코로나19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다른 감염병 사태 때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

내수는 문화·여가·외식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국내 소비가 큰 폭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온라인쇼핑 등이 많이 증가해 오프라인 부진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만약 상황이 개선되면 재화 소비는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교역 측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 서비스 수출이 줄어들고, 내국인 해외여행 감소로 서비스 수입과 민간 수입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화 교역과 관련해선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현재 화공품·석유제품 등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 위주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와 장기시장금리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반응 정도는 사스·신종플루·메르스 때보다 큰 편이었다.

회복도 더뎌, 다른 감염병 때는 대부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3월 들어서도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말까지 5조 400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현물 채권투자를 3조 7000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는 "시장 심리가 취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내 생산기반 회복이 지연되면 글로벌 공급망(GVC) 교란에 따라 국내 제조업 생산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아직 투자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장기화한다면 생산과 투자 모두에 적지 않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최근 들어 코로나 사태가 유럽 등 여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 경우 코로나19 충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각 파급경로를 통해 가중돼 나타날 수 있다"며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그 파급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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