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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훈 칼럼] 생존을 위한 줄서기

2020-03-12기사 편집 2020-03-11 18:03:11      곽상훈 기자 kshoon0663@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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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곽상훈 논설위원
줄서기가 일상이 된 사회다. 좋든 싫든 생존을 위해 줄을 서야 하는 그런 때다. 사회적 혼란이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줄서기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코로나 마스크 줄서기도 예외는 아니다. 마스크 한 장을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이젠 일상의 흔한 광경이 됐다. 코로나가 우리를 줄 세우기 한 꼴이다.

지금도 생명을 지켜줄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줄서기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나마 마스크를 손에 쥔 사람에겐 행운으로 다가오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불안과 공포로 다가온다. 몇 시간씩 줄서기 하고도 허탕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 공포를 관리할 막강한 힘을 마스크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줄을 서는 이유는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감염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코로나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이때 줄서기는 그래서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됐다. 줄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이목과 마스크를 쓰지 않아 질타를 받을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한다. 마스크 쓰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에 지장을 줄 거라는 것보다는 개념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게 두려워서라는 것이다.

마스크 대란은 주먹구구식 국정운영이 빚은 참사다. 갈팡질팡한 마스크 사용법은 제쳐두고 국내 마스크 생산능력을 풀가동해도 5000만 국민에 모자랄 판에 매일 700만 장 이상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마스크 한 장 사려면 수백m의 줄을 서야 하는 광경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사회주의에서나 있을법한 마스크 배급제가 시행되고부터도 줄서기 풍경이 사라지지 않은 걸 보면 우리는 지금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일을 겪고 있다. 방역은커녕 마스크 관리조차 못한다는 소릴 들을 만도 하다.

사실 줄서기는 우리 생활에서 별로 좋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긍정보다는 부정 이미지가 더 강하다. 권력이나 정치에 줄대기 한다거나 세력을 키우기 위해 줄서기 경쟁을 벌이는 행태 등이 그렇다. 예매 문화가 덜 발달된 시절 우리는 줄서기에 더 익숙해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줄서기가 아니면 순서를 정할 수 없어서다. 공공장소에서의 줄서기 행위는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게 하기도 했다. 흔히 목격하는 아파트 청약이나 명절 열차표, 영화 관람, 학교급식, 정류장 줄서기 등은 목적의식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익숙한 줄서기란 생각이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줄서기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 사람당 1주일에 2장으로 공적 마스크 구매가 제한됐지만 약국 앞 줄서기는 여전하다. 마스크 구매 5부제가 본격 도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펼쳐졌던 줄서기 행렬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도 남았다. 약국이 들어선 건물마다 길게 늘어선 줄서기 행렬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낯선 풍경임에는 틀림없다. 여전히 시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을 전전해야 하는 마스크 난민 신세를 면치 못할 판이다. 약국의 본업인 처방과 제조가 뒷전으로 밀리고 마스크 판매에 주력해야 하는 약사들의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일부 약국에선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와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줄을 선다는 것은 질서의식과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는 평등의식이 함축된 민주적 삶의 방식이자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이런 줄서기 정신이 생존을 위한 것으로 전락해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제는 마스크 대란에 따른 국민 불신과 불안을 떨쳐낼 시험대에 놓여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가장 시급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양보하는 시민의식이 요구될 때다. 생존을 위한 줄서기가 아닌 나눔과 배려의 줄서기로 코로나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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