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높은 산에는 눈 녹은 틈을 찾아 얼레지꽃이 피어나고, 봄의 화신이라 불리는 개나리, 진달래가 남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따라 개화를 서두르는 생물계절이 찾아왔다. 사계절이 뚜렷한 때에는 초봄, 봄, 늦봄으로 구분하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사계절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종일토록 청려장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봄을 찾았건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보니 매화나무 가지 끝에 봄이 와 있더라"는 표현과 같이 봄은 어느 샌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강남 갔던 제비도 반가운 봄 손님으로 마음씨 좋은 사람의 집을 찾아가 추녀 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는다. 긴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도, 곤충들도 새들의 지저귐도 생명력을 뽐내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화창하고 생동감을 연상시키는 봄엔 많은 동물들도 한 해를 계획하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른다"는 표현과 같이 역동적으로 봄을 시작하기도 한다. 따라서 봄은 가장 위대한 자연의 순환적 질서에 따라 아기동물들이 태어나기에 완벽한 시기이다. 어미 포유류는 보통 새끼들이 젖을 먹일 양질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필요로 한다. 소, 양, 말과 같은 방목 동물들에게, 봄과 초여름에 목초지에 있는 신선한 녹색 풀은 어느 때보다 영양분이 풍부하다. 이것은 아기 동물들에게 수유하기 좋은 우유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송아지들은 이런 이유로 1월과 5월 사이에 태어난다. 이렇듯 봄이 주는 따뜻한 기온과 풍성한 먹거리는 아기동물들이 생존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이므로 많은 동물들은 자연적인 주기를 수용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

봄은 기압이 높아지고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시기이며,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동물들은 가장 적절한 자연생태체계의 영향으로 기분도 좋아지고, 건강에 좋은 건조한 날씨를 누릴 수 있어서 번식의 계절로 봄은 안성맞춤이다.

산책을 좋아하는 강아지와 햇볕을 사랑하는 고양이에게도 최고의 계절이 봄이다. 따라서 필자는 행복한 계절인 봄을 맞아 반려동물이 더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자 한다.

첫째 우리가 함께하는 반려동물들도 봄이 되면 생리적으로 많은 변화들이 찾아온다. 따뜻한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로 인해 성호르몬의 증가하고 생체 균형이 완벽해져서 발정기가 오기 시작한다. 만약 번식을 원치 않는다면 이른 봄에 중성화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봄에 발정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둘째 봄엔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라 반려동물의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야생동물들도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이므로 광견병 예방백신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전국 지자체에서는 각자의 기간을 정하여 무료로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해도 좋다.

셋째 봄이 오면 겨우내 숨어 있던 모리, 파리 등 해충들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따라서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심장사상충과 같은 감염 위험도 높아지는 시기이다. 봄이 시작되면 심장사상충 약을 가을까지 매달 1회씩 먹여 줘야 한다.

넷째 본격적으로 산책이 시작되는 봄이면 반려견들은 풀밭이나 잔디밭에서 뛰어 놀기를 좋아한다. 이 때 외부기생충이나 진드기가 우리의 소중한 반려동물의 털에 붙어 올 수 있으니 반드시 확인해줘야 한다. 심장사상충 약과 함께 외부기생충 예방약도 함께 먹여주면 더욱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이다. 강아지는 사람보다 호흡수가 많아 더 해로울 수 있다. 산책하기 전에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 후 야외활동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이상과 같이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 동안 건강한 삶을 동행하기 위해서 평소에 대비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동식물의 세계에서 봄에 일어나는 많은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봄은 변화의 계절이다. 생물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이 계절에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는 계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어려움도 봄의 기운으로 잘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새로운 계절이 선사해주는 따스함과 싱그러움을 만끽하며 2020년 봄을 완성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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