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영 지음/ 소명출판/ 518쪽/ 2만 3000원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문학평론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의 소장, 임헌영의 새로운 평론집이다.

최인훈과 박완서, 이병주와 남정현, 조정래, 장용학 등 우리 문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대가들의 작품 중 `정치를 질타하는 문학`만을 다루고 있다. 우리 시대의 정치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작가인 최인훈에 대해 개인사적인 관계까지 섞어서 사석에서 담화를 나누듯이 쓴 에세이에 가까운 신작도 있고, 박정희에 관한한 어떤 역사학자나 정치평론가도 이룩하지 못했던 실체를 흥미진진하게 풀었던 이병주의 작품만을 다룬 글은 매우 대중성있는 글이다.

이 책은 장용학, 이호철, 최인훈과 박완서, 이병주, 남정현, 황석영과 손석춘, 조정래, 박화성, 한무숙 총 11인의 작가를 다룬다.

한국문학의 산 증인과도 같은 저자는 강렬하고 탁월한 문체로 작가론을 펼친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가와는 마치 친구처럼, 낯선 작가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생생한 글로 구성했다.

특히 저자는 최인훈에게 "우리 시대의 정치를 가장 신랄하게 까놓고 조롱조로 비판한 작가"라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어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을 엮어 에세이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가론을 썼다. `총독의 소리`와 `화두` 등의 책으로 친일 독재 정권에 대한 최인훈의 서릿발 같은 통찰에 주목했다.

이병주와 남정현에게는 각각 한 부를 할애해 민족 문제에 대한 그들의 신념을 부각했다. 특히 군사 정권에 대한 이병주의 장편 ``그`를 버린 여인`에 주목해 이후 이병주 문학에 대한 더 깊은 연구를 촉구한다. 3부의 주인공인 남정현은 분단 문제와 제국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준다.

그 외에도 조정래의 `아리랑`을 비롯한 민족해방투쟁 소설들에 대한 작품과 "미친 백목련"에서 시작하는 박완서의 처절한 오기,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노동계급) 여류작가로서 항일 여성투사의 삶을 다룬 박화성에 대한 논고 등 폭 넓은 작품군을 다루며 우리 문학을 톺아본다.

"인문학 독자들조차도 사돈네 쉰 떡 보듯"하는 문학 평론에서 더욱이나 정치에 대한 문학만을 다루는 이 책은 저자가 말하듯 "늘그막의 객기"인 것일까.

정치 상황은 여느 때보다 첨예하고 착취는 점점 교묘해지는 현 세태, 이 책에 수록된 소설은 각각이 매서운 회초리로 정치를 질타하며 거대 담론에 불씨를 당기는 문학의 역할을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서 작가들은 한국 사회의 질곡을 그들의 글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일제 식민지와 6·25 동란, 분단 현실과 군사쿠데타를 거치며 우리 시대 문학은 무엇을 보고 어디에 펜촉을 향하고 있는가 저자는 준엄하게 묻는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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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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