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전국 모든 유·초·중·고교 개학이 미뤄졌다. 각 대학도 자체적으로 개강을 연기하고 그 후에도 3월 말까지 대면 강의를 미루고 온라인 강의 플랫폼 등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 역시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조직에 발생할 현장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이고 투명한 현재 방역체계는 향후 또 다른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고 단호한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교육 부문에서도 오히려 외부적인 요인에 따른 변화가 미래의 업무나 교육환경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회복 탄력성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더딘 학교야말로 미래를 위해 공간을 비롯한 교육시스템을 다시 한번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점점 줄어드는 학생과 학교로 인한 원격 강의의 필요성과 솔루션, IT 기술을 활용한 원거리 토론 및 체험 학습의 실효성, 빅데이터와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한 학생 개인의 능력과 선호에 맞춘 개별 교육과정 적용 프로세스 등 기존 교육 시스템을 뛰어넘는 많은 변화를 위한 능동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서울시의 `꿈을 담는 교실`이나 `미래형 교실`, 강원도의 `감성화 학교`, 광주시의 `아지트 프로젝트` 등 각 시·도 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공간 혁신사업은 미래 학교를 위한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업들은 교육관계자나 전문가가 주도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지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과적으로 많은 학교 공간과 교실이 변화하게 됐고 교육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휴대전화 디자인 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UI 디자인은 말 그대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타깃이 되는 사용자층의 요구를 반영해 설계돼야 한다. 학교 환경을 계획할 때 최종 사용자임에도 과정에서 배제되었던 일선 교사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언제 누구와 함께할지를 실제 고민하고 그 결과를 디자인 요소로 반영, 학교를 사용자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 이것이 학교공간 혁신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획일적인 교실들, 단순 이동통로인 복도, 그저 형식적인 모습만 갖춘 도서관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 소통의 공간으로 변화했다. 교실과 복도는 열린 공간과 수납공간, 전시공간을 두고 나머지는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변형하며 학습과 놀이, 독서 등을 담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은 사용자의 참여만으로는 부족하다. UI디자인이 효율성과 분석, 통계 등을 기반으로 한다면 UX디자인은 질적 사고, 총체적 공감, 전략적 타당성 등이 요구된다. 이는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과 피드백을 통한 개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조직 등 지속가능한 시스템에서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학교공간 사업 역시 이점을 간과한다면 그저 또 다른 시설사업 정도로 머무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것은 시설 개선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교육 혁신`이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이며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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