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로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
권로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
가족의 사랑과 끈끈함을 느끼고 돌아온 설 명절 후 들이닥친 중국발 코로나19의 여파는 강력하다 못해 사회 전체를 마비시켰다. 마스크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돈을 주고 사려 해도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인터넷 구매를 위해 새벽시간까지 기다려 접속을 해도 매진이 대부분이었고, 농협과 우체국에서 사는 것도 긴 줄을 서서 시간과 체력을 고갈시켜야 겨우 인당 5개를 얻어 쥘 수 있다. 온 가족이 동원되어 줄을 서야 구할 수 있는 마스크가 아닌 `금스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사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코로나19 같은 강력한 바이러스가 아니어도 우리나라는 봄이면 마스크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미세먼지와 황사. 저녁이면 다음날의 일기예보에 귀 기울이며 바람은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미세먼지 농도는 어떤지를 확인하고 출근하는 일상에 익숙하다. 그러니 마스크를 쓰는 일이 그리 새롭고 대단한 일도 아니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호흡기질환 예방을 위한 필수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한 마스크 착용은 실외에서 착용하고 실내에 들어오면 벗을 수 있었으나, 이번 코로나19으로 인한 마스크 착용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항시 착용을 해야 하는 것이며 두려움과 불편함의 시작인 것이다.

이런 우리에게 코로나19는 미세먼지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강력한 전달력으로,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하는 필수품이자 의무인 족쇄 같은 물품으로 만들어버렸다.

모든 사업장이 그렇겠지만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의 경우 마스크 없이는 병원 출입이 불가하며, 마스크를 항시 쓰고 근무를 한다. 마주하는 환자와 말을 할 일이 많다 보니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잘 못 듣는 어르신 환자에게 마스크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려니 소리 지르듯 큰 소리로 말해야 하고, 잦은 대화로 인한 나의 침으로 축축한 마스크 속 침방울을 느끼며 불쾌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까지 밀접 접촉부서가 아닌 부서는 그나마 공간의 여유가 있고 꽉 끼지 않는 마스크(surgical mask)를 착용하고, 음압병동 근무자와 병동을 관리하는 의료진, 선별진료소를 비롯해 병원 주출입구의 출입 안내와 문진표를 확인 하는 직원, 호흡기질환자를 직접 대하는 진료과 의료진은 밀착마스크(N95)를 끼고 근무한다.

매일 TV를 통해 의료진 얼굴을 본다. 보호구 착용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것이 마치 훈장과도 같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어 매일 끼어야 한다면, 업무의 고됨만큼이나 마스크로 인한 불편감이 큰 스트레스일 것이다. 꽉 끼는 고무줄의 선명한 자국이 얼굴에 문신처럼 그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말을 하고 있지 않아도 숨쉬기 답답한데, 그 속에서 환자와 말을 하고 바쁘게 움직이며 일을 하면 숨이 차고 땀이 차는 불편함은 일일이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마스크 자국은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옅어질 것이다. 게다가 얼굴에 난 붉은 기운은 밤이 늦어야 사라지니, N95 마스크의 위력은 효능만큼이나 고무줄로 눌린 뺨의 흔적 또한 강력하다.

마스크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보호 장구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크고 작은 불편과 맞서며 하루를 힘겹게 시작하는 의료인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길 바란다. 힘든 하루이지만, 햇살 가득하고 따뜻한 봄기운이 도는 음압병동 앞에서 소독 작업 중 뜬 무지개가 그대들의 가치임에 나 또한 감사드린다.

환자를 낫게 하는 치료제로의 백신이 있다면, 처방된 약이나 주사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의 따스하고 온정어린 사회적 마스크가 많아져서 의료진의 힘든 마음을 도울 수 있었으면 한다.

권로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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