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힘이 세다. 만고불변의 지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가르침으로 전승됐다.

옛날 어느 마을에 나무꾼이 살았다. 그 나무꾼에는 눈만 뜨면 싸우는 세 아들이 있었다. 꾸짖고 타이르기도 했지만 그때뿐 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하루는 나무꾼이 아들들에게 회초리를 열개씩 구해오라고 했다. 아들들이 각자 구해온 회초리를 내놓자 나무꾼은 미리 준비한 끈으로 한 다발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들들에게 말했다. "이 다발을 부러 뜨려 보거라." 형제는 젖 먹던 힘까지 짜냈지만 다발을 부러 뜨린 아들은 한 명도 없었다.

이를 묵묵히 지켜본 나무꾼은 다발을 거둬 들인 뒤 끈을 풀어 아들들에게 회초리 하나씩을 건넸다. 나무꾼이 다시 부러 뜨려 보라고 하자 회초리는 아들들의 손에서 힘 없이 툭툭 부러져 나갔다.

이어진 나무꾼의 일성. "너희 삼 형제가 힘을 합치면 회초리 다발처럼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큰 힘을 갖게 된다. 하지만 서로 싸우기만 한다면 회초리 하나처럼 쉽게 부러져 아무 힘도 쓰지 못한 채 남한테 손가락질만 받게 될 것이다."

그리스시대 우화 모음집 `이솝우화` 속 이야기다.

센 힘을 얻기 위해 뭉치는 일은 오늘날도 유효한 전략이다. 당선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무대 안팎 선수 모두가 전력질주하는 선거국면에서 뭉치기는 그래서 `필살기`로도 통한다. 상대를 확실히 죽이는 기술인 필살기는 그러나 잘못 쓰면 오히려 본인이 화를 입는다.

국회의원 선거와 천안시장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천안은 각 정당별 후보 공천이 임박해지면서 어느 세력이 누구와 뭉쳤고, 누가 누구를 지지한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자신들 세를 과시하고 뭉치기와 줄서기를 독려하기 위한 이벤트는 더욱 잦아질 터. 시민정치시대 정책이나 지향에 따른 이합집산을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다만 허장성세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막대한 적자를 흑자로 감춘 기업의 분식회계가 우리 경제를 골병 들게 하듯 제논에 물대기식의 분식 지지선언도 우리 정치를 망치는 병폐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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