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환중 충남대학교병원장
윤환중 충남대학교병원장
2009년 호흡기질환인 신종플루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아픔과 교훈을 남긴 기억이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대전광역시에서는 29명의 확진 환자(전국 185명)가 발생했고, 12명이 사망(전국 38명)했으며, 격리자만 1046명(전국 16,75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었다.

그 당시 서울, 인천, 부산, 대구광역시 등은 상급종합병원인 국립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에서 음압병상과 격리병상을 확보하여 대응체계를 구축하였으나, 대전광역시에 국가지정 입원치료 음압병상은 충남대학교병원만이 유일한 상황이었다.

메르스 사태로 정부에서는 민간병원에 지원한 손실보상금만 1781억원(대전 211억원)을 지원했었고, 사회경제적 손실 10조원(정부추산)과 급격한 내수 위축 등으로 우리 삶이 힘들었던 기억이 선하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대전의료원 설립을 통해 감염병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자는 시민들의 절실한 요청이 쇄도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대전의료원 설립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에 발목이 잡혀 있다.

5년만에 다시 찾아온 코로나19 감염병 대란으로 전국민이 정신적·물질적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으며, 확진자가 7300명을 넘어섰으며 대구·경북지역은 피눈물 나는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상, 의료인력, 의료기자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경북지역과 같이 확진 환자수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완충역활을 할 수 있는 지방의료원이 없는 대전지역의 경우 대구, 경북지역보다 훨씬 심한 곤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 갈 것이다.

대전의료원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고, 공공병상과 격리병상 및 의료인력 확보가 시급한 이유이다.

공공보건의료 전달 체계는 보건소,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으로 연계되는 체계를 유지해야만 공공보건의료사업의 효율적 추진이 가능하고 `지역보건법`에 의한 1차 공공보건기관인 보건소와 `지방의료원법`에 의한 2차급인 지방의료원이 감염병관리 등의 공공사업을 연계하고, 3차급 상급종합병원인 우리 충남대학교병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고위험, 중증 복합질환 환자의 전문 진료와 임상연구, 교육훈련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대전에 2차급 지방의료원이 부재로 보건소와 연계해 추진해야 할 각종 시민건강증진과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충남대학교병원에 집중하여 위탁하고 있으며, 현재 충남대학교병원은 환자 쏠림 현상과 코로나19 사태 등 각종 공공보건의료사업의 집중 수행으로 대학병원의 고유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대전의료원은 지역 공공의료체계의 핵심이며, 감염병전문병원 부재로 인해 반복되는 공공병상, 의료인력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KDI에서도 감염병에 의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감안 한다면, 대전의료원 설립이 경제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며, 대전시의 의료불균형 해소와 금산, 옥천, 영동 등 인접 의료취약지의 공공의료기능 강화를 위해서도 대전의료원 설립이 반드시 꼭 필요하다 할 것이다.

윤환중 충남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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