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예술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 개월 전부터 준비해 온 공연, 전시가 코로나 여파로 잇따라 취소되면서 문화계 1년 `대목`인 봄 공연을 놓친 지역 예술인들은 생계 위협에 처해있다.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지역 여성 소프라노는 지난 달부터 4월 초까지 출연 예정이었던 공연 7개가 취소됐다. 그는 "대전과 대구에서 크고 작은 봄 공연 준비만 수 개월 전부터 해왔는데 다 취소됐다"며 "2-4월 공연이 모두 취소되니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역의 남성 성악가도 2월부터 3개의 공연이 취소됐다.

그는 "한 달 전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족족 공연 취소에 관한 통보나 유감을 전하는 내용이다보니 전화 받는 게 두려울 정도"라며 "2월부터 4월 공연까지 연쇄로 무너지면서 그동안 준비한 게 모두 허공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 때도 공연이 중단된 적은 있지만 코로나처럼 피부로 느껴지게 힘든 건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전 지역 중소규모 예술기획사도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심각한 실정이다.

통상적으로 공연 준비 기간은 짧으면 반년, 길게는 2-3년에 걸쳐 이어지고 공연이 결정되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개월간 연습을 진행해야 해 시간적, 경제적 손실은 자연스레 따라 붙을 수 밖에 없다.

지역의 한 기획사는 코로나로 이달에만 5개, 4월 공연도 현재까지 2개가 취소됐다. 대부분 공연이 독주회나 앙상블 등 소규모 공연이다보니 하반기 일정 재조정도 쉽지 않다.

기획사 관계자는 "지난 달에만 인건비와 관리비 등 월 1000만 원의 피해를 봤다"며 "독주회를 앞뒀던 공연자는 홍보 인쇄물 등이 이미 나간 상황에서 취소되다 보니 고스란히 해당 연주자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반기 대관 일정도 빠듯해 공연을 다시 할 수 있을지도 막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미술계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대전 중구 문화예술의거리에 모여있는 갤러리의 70%가 임시 휴관 상태다.

9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 달 예술인들의 생활 융자 상담 건수는 6431건이다. 이는 지난 1월(3643건)보다 두배 가량 늘은 수치다.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3-5월은 문화계의 1년 농사를 짓는 기간인데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시 차원에서 공연 우선권 등이나 `시민 공연`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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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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