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시간도 없이 분주

출동 후 복귀한 구급대원이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임용우 기자
출동 후 복귀한 구급대원이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임용우 기자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출동이 밀려들지만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큽니다."

5일 오후 3시 29분쯤 대전동부소방서 구급대 사무실에 구급출동을 요하는 무전기 소리가 울렸다. 40대 남성이 아파트 건물 2층에서 추락했다는 신고였다.

무전이 울린지 20초만에 구급대원들은 모든 장비를 챙겨 출동에 나섰다.

119구급차에 3명의 대원들이 탑승했지만 내부가 매우 비좁아 보였다. 모든 구급대원들이 좁은 차 안에서 방역복을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보자가 입을 경우 착용에만 20분이 넘게 소요된다는 방역복을 구급대원들은 단 3-5분 만에 입었다. 이는 지난 달 21일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 또는 코로나19 의심환자 등을 위한 출동시 방역복을 착용하라는 소방청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신고가 접수된지 7분만에 도착한 사고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추락한 40대 남성은 의식이 없었다. 환자 상태는 아파트 2층이 아닌 고층에서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환자를 외상의료센터가 있는 을지대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심장박동이 느려지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구급대원들의 빠른 응급 대처를 했다.

환자의 심장박동이 다시금 정상을 찾고 체온 측정 등 절차를 거친 뒤에야 구급대원들은 방역복을 벗을 수 있었다.

소방서로 복귀하는 대원들의 눈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모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복귀와 동시에 차체부터 장비 하나하나 모두 소독해야만 했다.

이들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가중을 호소했다.

대전동부소방서에 배치돼 있던 구급차 2대 중 1대가 대구로 지원을 나가며 구급차 부족도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매번 출동 때마다 방역복을 입어야하는 것도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실제 방역복을 입고 출동했던 대원들의 몸은 땀으로 절여져 있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대전 지역 구급 출동 건수만 126건에 이른다. 동부소방서에만 30건의 출동이 이뤄졌다. 이중 코로나19 의심 신고는 2건에 불과했지만 환자의 상태를 몰라 매번 방역복 착용은 필수처럼 여겨진다.

특히 소방서 복귀 중 재차 출동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피로감을 더 키우고 있다.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출동이 몰아 닥칠 때에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해결해야만 한다.

김민기 구급대원은 "지난 메르스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현장을 지키게 됐다"며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현장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업무이기에 전혀 두렵지 않다. 1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이일구 구급대원은 "좁은 구급차 안에서 몸을 구겨가며 보호복을 입고 있다"며 "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기보다는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려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견딜 수 있다"고 했다.임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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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은 후 출동하고 있는 모습. 구급대원이 방역복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임용우 기자
신고를 받은 후 출동하고 있는 모습. 구급대원이 방역복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임용우 기자

임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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