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COVID 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엄청난 수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내면서 `도시 봉쇄`라는 듣도 보도 못한 충격적인 조치를 취해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대한민국 대구 지역에서 방역망을 뚫고 지역 감염으로 엄청난 숫자의 확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의료진을 비롯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현 상태를 전염병 예방의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범유행을 일컫는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번지게 하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비말 감염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만 기생하면서 생존하고 증식하는 특성을 지닌다. 즉, 사람 사이에서 전파가 일어난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수많은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신천지라는 특정 종교집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뉴스에 보도된 이들의 집회 장면을 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어깨가 닿을 정도의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큰소리를 내면서 노래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바이러스가 옆사람, 앞사람에게 전파되기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낸다. 그야말로 이런 집회는 대규모 바이러스 배양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내 들러붙는 능력은 SARS 등과 같이 기존 보고된 악명 높은 바이러스들 보다 50배에서 많게는 1000배 이상 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 보니 밀집된 곳에서 기도회가 열린 바로 그곳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할 최고의 신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이때 감염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도들의 명단을 확보와 확인과정에서 국민들을 속이려는 엉터리 같은 모습은 물론이고 감염 확진자들 중 몇몇은 자가격리의 원칙을 무시하고 격리 장소를 벗어나 자신의 가족을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전파를 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을 무산시키고, 전국민의 일상을 마비시키고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으면서도 교주와 책임자들의 비협조적이면서 반사회적인 태도는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1994년 독일의 심리학자 월보트는 분노는 대부분 타인에 의해 고의적으로 유발된 불쾌하고 공정하지 못한 상황을 겪으면서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호주 심리학자 피트니스가 2000년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화가 난 이유를 연구한 결과 가장 큰 이유로는 `잘못한 것도 없이 부당하게 대접을 받은 경우`였고 다음으로 `거짓말과 같은 부도덕한 행동을 듣거나 보았을 때`로 나타났다.

대구 경북 지역에 엄청난 코로나 19 확진자 확산을 유발하고도 엉터리 정보와 잘못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신천지 교주와 신도 및 그 지휘부에 대한 국민들의 화와 분노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화와 분노는 신체의 자율성을 관장하는 자율신경을 자극해 면역성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또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은 체내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염에 대응할 면역세포의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각종 매스컴과 인터넷 포털, SNS을 통해 실시간으로 날라오는 수많은 가짜 뉴스와 정보들도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현재 진행중인 대한민국 신종 코로나19감염의 심각성을 확인하면서 화도 나고 분노의 감정도 일어나지만 더는 잘잘못을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코로나19가 범유행(Pandemic)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아직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인 개인위생을 지켜야 한다. 마스크 쓰기와 함께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차단이라 하는 사람끼리 만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세계를 휩쓸었을 당시에도 아주 초기에 학교, 교회, 극장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강제적으로 폐쇄한 도시에서 폐렴과 그에 따른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단을 하는 것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를 외쳐야 할 때다.

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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