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의 곡선은 학창시절 경제 수업시간에 종종 등장하는 그래프다. 일반적으로 수요는 가격이 낮아지면 늘어나고 비싸지면 줄어든다. 공급은 반대다. 이 두 개의 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과 공급량이 정해진다는 게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싼 재화를 많이 소비하고 기업인은 비싼 재화를 많이 생산하려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까.

`보이지 않는 손`이 합리적으로 작동하려면 완전경쟁시장, 외부효과 배제,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 등 몇가지 전제를 필요로 한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 `승자의 저주`가 발목을 잡는다. 이 말은 1950년대 멕시코 만의 석유 시추에서 나왔다. 당시는 석유 매장량 측정법이 부정확했다. 막상 시추를 해보니 들어간 비용을 뽑아내기엔 턱없이 매장량이 적어 엄청난 손해를 봤다.

몇 년 전 허니버터칩이 히트를 쳤을 때 제조사인 해태제과는 고민에 빠졌다. 출시 첫해 200억원, 이듬해 900억원 어치가 팔렸지만 설비투자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결국 제2공장을 증설했지만 제품의 열풍은 지나가 버렸다. 물량이 많이 풀리고 맛을 한 두 번씩 보게 되자 소비자들의 조바심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구하기 어렵다`는 희소성이 가수요를 만들어 내는 측면이 있다.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미리 구매하는 수요와 시세차익을 노린 사재기다.

마스크 생산업체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현재 코로나19가 확산세에 있지만 언제 수그러들지 모르기 때문에 덥썩 생산시설을 늘렸다가는 `승자의 저주`를 맛보게 될 수 있다. 평상시 봄철 황사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매출이 거의 없다는 업체들도 있다. 코로나19 국면이 진정세를 보이거나 공급이 원활해져 사재기용 가수요가 사라지면 생산량을 늘리느라 투자한 본전도 못 건질 수 있다.

최근 정부에 전략물자 지정이라는 `보이는 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비수기 때 마스크를 구입해 비축하면 국내 업계의 경영 안정성이 높아진다. 마침 세계적으로 메이드인코리아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린다니 이번 기회에 산업기반을 다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용민 세종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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