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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우리는 안전한가

2020-03-04 기사
편집 2020-03-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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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중국 어느 한 도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로 사람들의 이동과 교류가 단절되고 방역과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위해 각종 모임, 결혼식, 예배 등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관련기관의 요청도 있다 보니 거리는 한산해졌다. 봄이면 주차장으로 변하던 고속도로 역시 나들이 차량이 없어 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며칠 전 세차를 위해 주변 세차장에 들른 적이 있다. 탁 트인 외부 공간이다 보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차량 관리에 분주했다. 그런데 옆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실소를 지었다. "자기 집, 자기 방 청소는 안 하면서 세차는 왜 그리 열심히 하는지…" 이 한 마디가 내 머릿속에서 꽤 오래 머물러 있다. 세차를 하고 있는 사람은 아들이고 한 마디 던진 사람은 엄마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청결히 하는 것도 하나의 예방책인데 나도 그러질 못 한다.

직업 특성상 건축물의 사용승인(준공)을 위해 현장조사 업무를 한다. 대규모 산업단지 내 공장부터 한적한 시골 주택까지 건축법상 분류돼 있는 여러 용도의 건축물이 인·허가를 얻고 도서에 의거 시공됐는지 확인하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단계인데 사용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참으로 난감하다. '내 건물 내가 알아서 한다'는데 왜 간섭하냐는 것이다. 건축물은 용도·규모에 따라 사용승인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지·관리 점검을 하고 이에 따른 점검 내용을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대규모 건물이나 화학성분을 다루는 건축물은 안전 관리자가 배치돼 있기에 회사 자체 안전관리는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임대용 건축물이 대다수이다 보니 유지·관리 체계가 상호 떠미는 양상이 발생한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사항 중 하나가 비상통로에서 탈출구까지 공간이다. 사용자는 임대한 공간의 부족을 이유로 물건을 적치하고 관리주체인 건축주는 임차인에게 전달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현재는 건축물의 유지, 관리, 점검사항이 건축법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5월 1일부터는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되는데 법의 목적을 보면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고 편리·쾌적·미관·기능 등 사용가치를 유지·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사항과 안전하게 해체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해 건축물 생애 동안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민 안전과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 되어 있다. 이는 건축물의 사용가치를 향상시키고 화재, 붕괴 등 안전사고로부터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되므로 우리는 더욱 안전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 또 건축물 철거 시 그간엔 철거멸실신고서를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일정규모(용도) 건축물을 철거할 경우 건축물해체계획서를 관계전문가로부터 미리 검토 받아 해당 지자체로부터 해체공사 허가·신고를 얻어야 한다. 허가 대상 규모의 해체공사에 대해선 감리자를 선임해 안전시스템을 구축한 후 철거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건축물은 우리 모두의 공적공간이다. 건축물의 소유자 혼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생활 방식은 혼자 있어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지고 우리는 여기에 길들여지는 것 같다. 혼자 생활하는 주택(원룸)에서 홀로 식사하는 혼밥(혼술)까지. 그렇지만 문 열고 밖으로 나가면 혼자에서 우리가 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건축물이라는 공간속에서 함께하며 생활의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대규모 실내 공간에서의 생활이 많은 도시민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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