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기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에서부터 문화, 산업, 정보통신 등 모든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기의 존재는 과히 절대적이다. 이렇게 고마운 전기가 때론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도 한다. 해마다 전기에 의한 화재가 8000여 건 이상 발생되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의 손실을 초래하고, 감전사고만으로도 500여 명의 사상자가 생겨나고 있다. 전기에 의한 사고의 유형과 사례는 사용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하지만 사고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익숙함에 깃든 안전불감증,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으뜸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다루어야 인연으로 이어지듯이 낡은 콘센트와 피복이 벗겨진 플러그가 만나면 누전사고를 부른다. 흔히 `코드가 맞는다`는 말은 이런 연유로 쓰이는 것일 게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전기안전에도 세상사의 근본과 이치가 같다. 문어발처럼 뒤엉킨 멀티탭을 없애고,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은 전원에서 분리하여 과부하로 인한 화재를 막아보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가파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팬데믹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려했던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됨에 따라 정부는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시켜 전염을 차단하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시간에도 수많은 의료인과 독지가들이 자신의 생업을 팽개치고 자원해 대구로 향하고, 기업과 단체들의 성원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대단한 민족이다. 지금 직면하고 있는 시련도 머지않아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내일이면 경칩이다. 올 봄이 유난히도 기다려지는 것은 어수선한 분위기와 가라앉은 우리의 마음 탓일 것이다. 안전은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새봄맞이 대청소를 통해 겨우내 가전제품이나 콘센트 위에 쌓인 미세먼지라도 훌훌 털어버리면 어떨까? 제품의 수명도 늘리고, 혹시 모를 화재도 막고, 덤으로 기분이라도 나아진다면 일석삼조가 아닐까? 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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