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지금은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질병 문제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미세먼지가 가장 염려되는 건강 이슈 중의 하나였다. 미세먼지 예보를 살펴보는 것이 일상사가 된지 이미 오래다. 그간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으며,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아 국가 간의 외교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19일 발사된 미세먼지 관측위성인 천리안위성 2B호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천리안위성 2B호는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센터에서 프랑스의 아리안 로켓에 의해서 발사됐다. 이 우주센터는 영화 `빠삐용`에서 나온 천연감옥의 실제 모델인 `일뒤 다아블` 인근이다. 인공위성이 동력 없이 계속 우주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지구 중력과 동일한 원심력을 갖는 회전속도가 필요한데, 적도에서는 지구 자전에 의한 선속도가 최대가 되므로 발사에 가장 효율적이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는 먼 거리로 인한 불편함에 불구하고 적도에 위치한 식민지에 우주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제국주의와 대항해시대의 유산이 아직도 우주항해 시대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음은 아이러니하면서 부럽기도 하다.

천리안위성 2B호가 발사라는 중요한 관문은 성공적으로 통과했으나, 최종적인 성공 여부 판단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천리안위성 2B호는 현재 타원형 전이궤도로 돌고 있는데, 약 2주간에 걸쳐 다른 위성과의 간섭을 피해 조심스럽게 적도 상공 약 3만 6000km의 정지궤도에 진입하게 되며, 부품들을 하나씩 작동시켜 성능을 확인하고 관측 탑재체들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쳐 올해 10월부터 계획된 서비스(해양관측)를 개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정지궤도위성은 명칭처럼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3만 6000km 고도에서 음속의 열배 가까운 약 초속 3km의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 자전과 같은 각속도로 회전한다. 일정한 위치에서 24시간 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위성으로 통신이나 기상 관측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천리안위성 2B호는 빛을 파장별로 미세하게 쪼개어 관측하는 분광학적 방식인 대기환경 탑재체 `GEMS`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에어로졸,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 20종의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를 인도네시아, 몽골부터 일본까지 넓은 지역에서 측정해 미세먼지의 생성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와 아울러 해양탑재체 `GOCI-II`는 한반도 영해의 적조, 녹조 및 해양 폐기물 투기지역의 생태 파악 등 다양한 해양 환경 모니터링 기능도 보유하고 있어 기존 위성보다 훨씬 지속적이고 정확하게 한반도 환경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미세먼지는 주로 지상 관측 자료에 의존했고, 상공의 대기오염 측정 수단이 많지 않았으나, 작년에 대기 측정 전용 항공기인 비치크래프트 1900D를 확보하여 운용을 시작했고 이제 대기측정 전용 위성까지 갖게 돼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게 됐다.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 것이다.

천리안위성 1호와 2A호에 이은 2B호의 발사로 현재 우리가 개발해 운용중인 정지궤도 위성은 3기가 되었다. 정지궤도 위성 개발의 거의 모든 과정이 국내 독자기술로 수행됐고 탑재체 기술도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에 통신위성과 같은 고부가 위성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정지궤도위성`과 같은 후속 사업이 속히 확정돼 이런 기술들이 지속 발전되고, 더 나아가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가 성공적으로 개발, 발전돼 우리 독자 발사체로 위성을 발사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