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성악가
박영선 성악가
삶에 지치고 어려울 때 더 현실적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예 안드로메다로의 상상력을 총 동원해 오페라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처방이 된다. 사람의 인생은 신기하게도 `대로의 법칙`이 답이 될 때가 종종 있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고 또 비우고 채우는 마음과 생각의 그릇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마술 같은 인생을 경험케한다.

오페라는 역사적이거나 주인공의 고난, 사랑의 배신과 사랑에 올인하는 인생사를 주로 극적인 비극이나 코믹하게 그려내는 음악과 극과 춤과 무대가 있는 종합예술형태다. 민족의 독립을 주제로 한 `윌리엄 텔`이나,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는 사랑이야기 `라 트라비아타`, 이밖에 복수극 등이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식주가 공통된 관심이고 필수항목이듯 인간사 모든 주제가 영어 회화나 이태리 회화, 러시아어까지도 회화책의 공통단계 또한 비슷하다.

많은 오페라 중 필자가 애정을 쏟았던 작품이 있다. 특별히 음악에 관심이 깊이 없어도 하바네라나 투우사의 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아 저 곡 많이 들어본 멜로디인데` 할 것이다. 영화나 CF등에서 워낙 BGM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오페라의 대표적인 아리아다.

145년 전 비제라는 작곡자에 의해 탄생된 `카르멘`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나쁜 여자의 상징적인 팜므파탈(Femme fatale), 카르멘의 탐욕적인 사랑이 가져온 비극적 종말을 그린 오페라다. 비록 초연의 실패로 비제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후 작품은 공연이 거듭될수록 비난은 찬사로 바뀌었다. 결국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얻게 되고 오늘날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집시 여인 중 가장 돋보이는 섹시함을 지닌 카르멘, 그녀가 원하면 이효리의 노래처럼 10분 만에 남자를 넘어오게 할 수 있다는 자유로운 여자 카르멘!! 급기야는 약혼녀가 있는 단정하고 착한 호세를 유혹하는데 성공했다. 그 타오르던 사랑도 유효기간이 끝나자 다시 예스카밀료에게 마음이 옮겨갈 때 사랑이 아직 끝나는 게 준비되지 않은 호세는 카르멘을 만나 협박도 하고 애원도 해봤지만 이미 또다시 사랑이 정리된 카르멘은 냉정한 온도로 호세를 대한다.

스스로도 카드 점괘가 죽음의 카드로 암시돼 왔으나 자신의 자유본능과 의지를 더 강하게 어필하고 에스카밀료에게 가는 길목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애원하는 호세를 뿌리치다 결국은 그의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죽음을 예고했건만 무서워하지 않았고 자기가 원하는 사랑, 원하는 인생만 강렬히 추구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피로 물든 카르멘을 부둥켜안은 채 호세는 온몸을 떨면서 절규하며 막이 내려진다.

나쁜 여자는 남자로 하여금 집착하게 한다? 고대 로마인들이 칼로 세계를 정복할 때지만 결국 여자마음을 정복하진 못했다. 로마 남자들은 여자에게 끌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목소리로 봤다고 한다. 감미로운 여자목소리는 남자를 묶어버리는 쇠사슬 같다고…. 카르멘이란 이름을 직역하면 `노래로 매혹한 여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carmen.charming, cantata dlahen `노래에서 나오는 매력`을 뜻하는 단어라고 하니 요즘처럼 외출이 통제돼야 하는 날엔 낮은 목소리로 흥얼거려보자. 스스로에게 매력적이도록….

박영선 성악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