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입니다. 혹시 열이 나거나 기침 증상이 있습니까? 성지순례를 다녀온 적은…" 수화기 너머로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펜을 든 손이 바삐 움직였다. 27일 대전시청 5층 대회의실에서 50명의 공무원들은 빼곡히 들어선 책상에 2명씩 앉아 쉴새 없이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건 신천지교회 대전교인 명단으로 1인당 100여 명이 할당됐다. 전화통화를 하며 메모를 하던 직원들은 취재진을 의식한듯 교인 명단 서류를 가리거나 취재가 끝나기까지 수화기를 들고 있는 시늉만 하기도 했다. "명단이 노출될 수 있으니 기자들이 떠나면 통화하라"는 지시도 들렸다.

전날 정부로부터 1만 2335명(미성년자 제외)의 신천지 신도 명단을 넘겨받은 시는 구별로 명단을 나눈 뒤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화를 통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신천지 교인의 해외출장이나 대구방문 여부, 성지순례, 건강 상태를 일제 조사해 막연한 시민 불안감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대회의실 50명, 세미나실 50명 등 모두 100명의 공무원에게 전화 1대씩 100대가 설치됐다.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시가 발표한 전수조사 중간결과 신도 1만 2335명 중 5708명에 대한 확인이 마무리됐고 85명이 기침, 미열, 인후통 등 증세(유증상자)가 있다고 답했다. 구별 유증상자는 서구가 47명으로 가장 많고 유성구 12명, 대덕구 10명, 중구 9명, 동구 7명이다. 시는 이들에게 자가격리 후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 증상이 없다고 한 신도들에 대해선 하루 2차례 유선 확인하는 능동감시가 2주간 시행된다. 1차 전수조사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신도는 질병관리본부와 경찰에 소재 파악을 요청해 조사가 이뤄진다.

시 보건당국의 전수조사가 한창이던 이날 낮 대전지역 신도 명단이라는 파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돼 혼선을 빚기도 했다. 정해교 시 자치분권국장은 "명단 형식과 내용이 모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것과 다르다"며 "조사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스마트폰도 지니고 있지 않아 현장에서 명단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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