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약국 "뉴스보고 알았다"... 입고 시기조차 '의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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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요? 없어요. 우리도 뉴스보고 알았다니까요?"

27일 오후 세종시청 앞 약국에 근무하는 직원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약국을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 보건소나 협회 어디에서도 언제 들어오는 지는 들은 사실이 없다고 털어 놨다.

약국 문을 연 오전 9시부터 길게 줄을 선 손님들을 보고나서야 상황 파악을 했다는 약사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가득했다.

보름여 전부터 수요와 공급조절을 하지 못하고 유통과정의 흐름에만 집착했던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으로 인해 약국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정부가 `마스크 공급대란`을 해결하겠다며 27일부터 약국, 우체국 등을 통해 매일 350만 장의 마스크를 풀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마스크를 못 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구매에 실패한 시민들은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비판 여론을 피하려고 발표부터 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세종시청앞은 물론이고, 정부 세종청사와 아파트 밀집지역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약국장 200여 장은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언제 들어올 지 알려주는 사람도 기관도 없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 시내권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읍면 지역 편의점과 약국에는 공급 물량이 남아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전동면과 연서면 등 농촌지역 편의점에는 5-10장 정도의 물량이 남았지만, 이 마저도 한 두 손님이 `싹쓸이 구매`를 한 탓에 오후에는 동이 났다.

정부가 공적 판매처로 지정한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도 마스크가 공급되지 않아 비슷한 혼선이 벌어졌다.

선착순 판매 방식을 택할 수도, 물량을 제한할 수도 없는 매뉴얼 때문에 크고 작은 실랑이가 잇따르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직원 A씨는 "도시에 비해 노약자 등 취약계층이 많은 농촌지역은 선착순 판매조차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신분증을 제시하고 일정 분량을 판매하는 방식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 산하 우체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본부조차 "물량이 확보되는 3월 이후 우체국쇼핑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판매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혼선이 반복되자 정부는 "대구 등 일부 긴급 지역에 먼저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면서 "28일부터는 입고되는 대로 배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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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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