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에 `건물주`가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상위권을 차지할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눈에도 번듯한 건물을 하나 갖고 있는 것이 꽤 괜찮아 보였나 보다.`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웃픈 시대 상황이 어린 초등학생들 눈에도 투영 됐다. 장기화된 불경기에다 불확실한 미래 등 초등학생들이 이를 타파할 건물주들을 `불로소득`의 창구로 인식한 걸까. 이 또한 자본주의의 단면이다. 각설(却說).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사태가 죽고 사는 문제로 블랙홀이다. 신문방송을 통해 매일매일 중계되는 코로나19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집계가 우리 모두에게 더 큰 심리적 불안의 크기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난 뚜렷한 삶의 변화는 많은 이들이 모이지 않는 곳을 가지 않는 것. 각종 행사 취소는 다반사고, 친목 모임조차도 꺼리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손님의 발길이 끊겨 곤두박질 친 매출에 자영업자들의 신음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코로나19 공포와 버금가는 생계의 고통이다. 그나마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임대료의 일부를 깎아주는 건물주들이 시나브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위안거리다. 건물주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대료를 인하하는 것에 누군가는 이를 `착한 건물주` 운동이라 칭했다.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임대료를 인하하는 이 운동의 나비효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나 코로나19 최대의 피해지역인 대구광역시의 경우 월세를 아예 면제해 주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한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열심히 뛰는 사장님 응원합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시고 나면 꼭 좋은 날 올 겁니다. 저희로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월세를 면제해 주는 것 밖에 없으니 그렇게라도 힘을 보태서 열심히 힘든 고비 버텨갑시다. 홧팅하세요". 세입자들은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이 모질지만 이렇게 건물주가 내민 상생의 손짓에 그래도 다시 일어설 힘을 내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란 말이 가혹할 만큼 녹록치 않은 코로나19 현실. 소나기는 피해가는 십시일반의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