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대구·경북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대구·경북의 우한폐렴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당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전역 방문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은 이어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기존 `우한폐렴 대책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한 특위는 황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발발 초기부터 그 발원지가 중국 우한(武漢)인 점을 들어 `우한폐렴`으로 지칭해왔다. 우리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특정 지역명이 들어가지 않은 `신종 코로나`로 불러줄 것을 권고했지만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당 지도부는 `우한폐렴`을 강조하며 현 정권을 압박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에서 "우한폐렴을 우한폐렴이라 말하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 과연 국민의 대표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도 "처음에 당이 우한폐렴이라고 했고,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며 "국민에게 편한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이 끝내 `우한폐렴`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는 듯하다. 우선 `문재인 정권은 친중 정권`이란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얻을 정치적 이익이다. 현 정권이 중국과 관계유지에 중점을 두느라 `전통적 혈맹`인 미국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 보수세력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 정부·여당이 중국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고, 사대주의적 습성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 국민들의 자존감을 자극하면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이 수십만에 이를 정도로 폭주하는 것에서 보듯 `혐중(嫌中)`에 편승하고픈 유혹도 있을 것이다.
그랬던 미래통합당이 대구·경북지역 확진자 급증과 권 시장의 `대구폐렴` 사용 자제 요청을 계기로 `우한폐렴` 사용 빈도를 줄이는 모습이다. SNS나 포털에 통합당도 우한폐렴이라고 지역명을 쓰는 마당에 대구폐렴이란 말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댓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소속 의원 대부분은 이후 각종 보도자료 상에서 신종 코로나19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 대표만은 줄기차게 `우한`이란 지명을 입에 달고 있다. 그는 어제도 `우한폐렴`, `우한코로나`로 지칭했다. 따가운 시선에도 여전히 `우한`을 포기하지 않는 고집스런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덕목 중 하나는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잘 헤아리고 달래줄 수 있느냐라는 점일 것이다. 권 시장의 지적이 아니라도 `대구폐렴`, `TK코로나`는 그 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우한폐렴`, `우한코로나`라는 용어도 우한시민에게 마찬가지가 아닐까. 국민의 정서도 이미 코로나19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릇 정치지도자라면 탁월한 식견과 능력, 통찰력에 앞서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발을 맞추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저 `편한 표현을 쓴다`는 황 대표의 내적 신념과 `코로나19`라는 사회적 통념 간 인지부조화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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