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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 잊혀진 지나간 책…눈길 잡는 예술로

2020-02-26기사 편집 2020-02-26 15: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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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작가 초대전…3월 5-18일 대전 이공갤러리

첨부사진1Dreaming book-기록하다 나를 157x230x100cm Book pluck off

물성의 특수성에 주목하는 이지현 작가 초대전이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열린다.

이공갤러리는 3월 5일부터 18일까지 이지현 초대전을 진행한다.

작가 이지현의 작업은 대략 신문 작업, 한지 작업(여러 겹의 한지를 포개 바느질로 고정시킨 연후에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안료가 그 이면까지 스며들게 한), 책 작업, 사진 작업으로 대별된다. 그 종류가 다를 뿐 하나같이 종이를 소재로 한 작업들이다. 이 일련의 작업들에서 작가는 그리기보다는 만들기에 주력해 왔으며, 이는 그대로 작업이 갖는 특정성에 대해서 말해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디지털 시대 고유의 문자 전달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책을 오브제로 해체-두드림-재조합으로 '오브제' 자체에 집중한다. 구시대 소통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책들은 이지현의 손을 거쳐 책 본래의 기능이 해체되는 과정을 통해 '시각예술의 오브제'로 새롭게 태어난다. 전시에서는 설치 미술을 포함해 100여 점을 볼 수 있다.

이지현은 이런 책에 주목한다. 작가의 해체된 책은 고유의 문자전달 기능이 상실되며 그저 흐릿한 이미지를 품고 있는 오브제로 다가올 뿐이다. 가늘고 날카로운 도구로 수백 번 반복된 노동에 의해 해체된 책을 여러 겹 쌓기도 하고 둥글게 말기도 하며 전시장 한 벽을 빼곡히 채우기도 한다. 작가는 성경, 악보, 잡지, 문학, 고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만 1960-70년대 만들어진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헌책들을 대상으로 한다.

작가는 과거 아버지의 서재에서 누렇게 변해가는 수많은 책들을 보며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물질로서의 책을 인식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작업인 '해체'와 '책' 으로 귀결된다. 책은 시대성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 인류의 사상, 문화, 행동, 경제 등 모든 인간의 지적 활동 기록을 담아낸다. 이지현은 1960-70년대 책들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인간 사회를 느끼고 세상을 깨달은 시점, 사회와 문화 속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만들게 해준 그 시대의 책들을 선택한 것이다. 그 기록은 지금 작가 자신을 형성하게 한 재료들이다. 각각의 낱장을 뜯고 붙이고 쌓고 말아서 책이 가지고 있는 조형성을 끌어낸다. 활자를 읽을 수 없을 만큼 난도질당한 책은 고유 기능을 상실한다.

작가는 종이의 형질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매체적 특수성(아마도 일종의 개념미술로 나타날 만한)에도 붙잡히지 않는 어떤 지점, 자기가 둥지를 틀 만한 어떤 지점을 찾아냈는데, 철저한 수작업을 통한 공작성이 그것이다. 작가에게 수작업은 작업에 투자 되어야 할 당연한 노동(물론 감각적 노동)으로서, 그 노동으로 인해 작업은 비로소 작업으로서의 당위성을 부여 받게 된다. 작업이 종이의 형질을 보존하면서 진행되는 것인 만큼 어느 정도 매체적 특수성(이를테면 의미론적인 성질)도 함께 보장해 주지만, 그러나 그 특수성은 공작성의 과정으로 인해 상당할 정도로 상쇄된다. 소재 고유의 성질(이를테면 종이)과 매체적 특수성(이를테면 신문과 잡지)과의 경계 위에, 어느 쪽으로도 환원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이 모두를 아우르는 어떤 애매한 지점 위에 작업이 세팅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행위는 책이 문자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동적 기능에 대한 삭제이지 오히려 그 문자를 지워버림으로써 책 자체의 소통 기능은 더욱 활성화 시킨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이 책이 무슨 내용의 책인지 궁금해 하고 외형의 조형적 감흥에 이끌려 감상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말한 해체는 기존 텍스트 안에서 절대적으로 군림되어진 기존의 관념을 무너뜨리는 것이라 말한다. 그럼으로써 대상을 무력화거나 속박하는 성질로부터 해방시키는 작업이라고 덧붙인다. 돌아보면 창의적 변화는 보편적 개념 및 형식의 해체와 융합, 새로운 가치 창출을 단계로 이어진다. 그렇게 예술은 끊임없이 갱신돼 왔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에도 책의 본질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는 방법적 측면이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로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책들은 작가의 해체와 융합을 거쳐 미적 오브제로써 새로운 기능을 부여 받는다. 이러한 작가의 변증법적 방법론은 책의 본질에 대한 아름다움으로의 접근이다. 소통이 멈춰버린 지나간 책은 작가에 의해 다시금 우리와 소통되는 무엇으로 변모된다. 비로소 책들의 꿈이 실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구 출신인 작가는 목원대에서 20여 년 간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1996년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1997년 제17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서양화부문 대상)을 받는 등 전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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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이지현 作dreaming books-The story,950x300x10cm 가변설치 ,book pluck off,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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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5Dreaming book-Hamlet(햄릿) 14 x 23 x17 cm Book pluck off

첨부사진6Dreaming Books 가변설치Book pluck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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