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흐름출판/ 392쪽/ 1만 8000원

슈퍼버그
슈퍼버그
코로나 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전 인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적,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빠졌다.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유행(pandemic)으로 갈 것인가. 우리는 현재 그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낳는 미생물이 있다. 바로 슈퍼버그(Super-bug)다.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1928년 `20세기 의학의 기적`이라 불리는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인류는 병원균을 정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45년 노벨상 수상 자리에서 플레밍이 "너무 많이 사용하면 페니실린 내성균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한 예언처럼, 이후 박테리아는 변이를 거듭해 인류가 사용하는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일선에서의 의사와 감염학자들은 이에 대해 경고와 걱정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며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쏘아 올린 항생제의 개발붐은 1950년 이후 가속화되면서 인류의 기대수명을 현저하게 올려놓았다. 실제로 현재 쓰이고 있는 항생제의 절반이 이때 발견된 것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항생제의 개발은 박테리아의 진화 역시 가속시켰다. 현재 의료계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생제가 197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며, 슈퍼버그의 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의 진보와 함께 이어져 온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역사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페니실린뿐만 아니라 항진균제 니스타틴, 항생제 반코마이신, 그리고 이 책에서의 핵심 신약인 달바반신 등의 개발을 둘러싼 뒷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슈퍼버그는 196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산발적으로 나타났다가 그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 원인의 중심에는 바로 상업적 농업의 확산에 있다. 인간은 동물의 생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가축들에게 무분별하게, 대량으로 항생제를 투여했다. 박테리아들은 그 약효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빠른 속도로 변이했고, 현재 그 서식지는 전 지구에 퍼져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2016년 경제학자 짐 오닐은 `박테리아의 항균제 내성에 대한 검토` 연구 후 "슈퍼버그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슈퍼버그로 인한 사망자가 3초당 1명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슈퍼버그 12종을 발표하면서 매년 70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고 2050년에는 사망자가 연간 100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해 미국과 유럽의 질병통제센터는 슈퍼버그 감염으로 매년 각각 3만 명이 이상이 사망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해 슈퍼버그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폐렴 등에 걸리는 사람이 900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40%인 36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3년 사스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774명, 2012년 메르스 사망자가 85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5년 동안 600개가 넘는 1차 및 2차 자료와 공식 및 비공식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였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항생제 분야에서 인류가 믿기 힘들 만큼의 획기적인 발전을 어떻게 이루었으며 동시에 21세기의 지금, 어째서 인류가 감염병에 극도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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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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