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대전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전지역 보건소가 일반업무를 중단했다. 25일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인 한 시민이 선별진료소인 대전유성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있다. 빈운용 기자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대전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전지역 보건소가 일반업무를 중단했다. 25일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인 한 시민이 선별진료소인 대전유성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있다. 빈운용 기자
"정신은 몽롱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겁도 나죠."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선별진료소 공무원들이 연일 계속되는 비상근무에 파김치처럼 늘어지고 있다. 하루 수백 명에 달하는 의심환자들을 면대면으로 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도 상시 노출돼 있다. 25일 현재 대전지역 내 5개 자치구 보건소와 충남대병원, 대전성모병원, 대전선병원,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유성선병원, 대전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대전병원 등 13곳에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했거나 확진환자를 접촉한 의사환자, 코로나19 발생 국가 방문 이력과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조사대상유증상자 등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선별진료소다. 최근 대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3명) 발생 여파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증폭되면서 해당지역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각종 문의전화는 하루 수천 통에 이르고 추려낸 검사 대상자는 15분씩 쪼개서 받을 정도다.

유성구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 직원이 전부 88명인데 1명당 보통 40-50통 전화를 받는다고 하면 하루 3000통 정도 되지 않겠느냐"며 "밤낮 없이 문의전화가 걸려와 전화응대하는 것도 큰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주말에는 발열을 호소하거나 대구 방문 이력 때문에 불안하다는 전화가 폭주해 10-15분 간격으로 아주 빠듯하게 진료일정을 잡아야 했다"고 부연했다.

지난 22일 유성구에서는 두번째 여성 확진자(372번·65)가 나왔고 이튿날엔 이 여성의 남편(573번·64)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사회가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유성구보건소는 상황종합반, 행정지원반, 민원대응반, 역학조사모니터링반, 검체이송반, 환자이송반 등 6개반을 편성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지만 폭증하는 진료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유성구보건소 관계자는 "직원들은 오전·오후로 나눠 정문출입문, 후문출입문, 지하출입문 안내 근무를 서고 선별진료반도 돌아가며 근무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진료와 검체 채취를 하는 의사는 보건소장을 포함해 2명 뿐이어서 의료진 역시 밀려드는 환자에 힘이 부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지역 최초의 코로나19 확진자(241번)가 나온 동구보건소도 매일같이 밤을 지새우고 있다.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23세 여성이 이달 13-18일 대구 동성로 등지를 여행한 뒤 대전 동구 자양동 친구집에 머물다 21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동구보건소 이종필 감염병관리팀장은 "코로나19 관련 문의전화는 셀 수도 없는 지경"이라며 "지난 주말엔 통신업체를 불러 전화회선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한 병원에서도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며 시설을 폐쇄해 동구지역에서는 현재 우리보건소만 선별진료소를 가동하고 있다"며 "확진자 발생 이후 의심환자가 늘다보니 직원들은 밤새도록 일을 하고 잠깐 쉬다 나와 다시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선별진료소가 문을 연 지 한 달을 넘기면서 격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함께 보건인력들의 감염 우려도 상수화하고 있다. 이 팀장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으면 1339콜센터 등에서 전화 상담 후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바로 보건소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이중 한명이라도 확진을 받으면 보건소 선별진료소가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 보건소 공무원은 "확진자 중 1명이 보건소를 방문했을 때 근무조였다. 보호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내가 감염되면 아이들과 가족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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