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록 대전경제통상진흥원장
배상록 대전경제통상진흥원장
어린시절 할머니가 집 뒤뜰에서 기원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집안마다 다르겠지만 무병장수 그리고 풍족한 먹거리를 내려주십사 하고 기원함이 일반적이었을 것이다. 얼마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쇼(CES)에서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길거리에는 농장 아닌 공장에서 생산된 대체육(인공돼지고기) 시식이 이뤄지고 있었다. 세미나장에서는 인류가 암과 건강한 삶에 위협적인 질병 없는 삶, 아님 150세를 넘어서는 장수 사회에 직면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최근 농업에 도입되는 유전자조작 바이오기술, 인공지능(AI)과 연계된 헬스케어 등의 기술발전 속도를 보면 할머니의 무병장수 기원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바이오산업이 로봇, 드론, AI, 자율주행차 등 다른 4차산업혁명 분야와 좀 다른 특색이 있다. 우선 유전자 조작에 대한 윤리적 측면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 연구결과에 따른 생산품의 부작용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 그리고 장기간 대규모 자본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EY(Ernst &Young) 2016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바이오기술개발에 약 72조 원(620억 달러-벤처투자 120억 달러, 채권·공모 500억 달러)이 투입됐다. 사실 올해 CES 전시장에 ICT, AI와 연계된 바이오마커(bio-marker)를 활용한 진단키트(diagnosis kits)가 많이 출품됐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제품효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소요와 적은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일 것이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영국 상무부는 바이오경제 육성전략(2016)을 수립하면서 2030년까지 바이오경제로 인한 직접고용 98만 개 등 총 5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OECD 보고서(2009)에 따르면 2030년에는 바이오경제가 OECD 국가의 GDP의 2.7%를 차지하고 부문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의 39%, 농업의 36%, 헬스부문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미래먹거리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육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 스타트업이 가장 활발한 뉴욕, 보스턴, 그리고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고자 지난해 4월 방문했다. 이후 정부예산안 편성시 대전형 바이오스타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주관의 보스턴형 바이오랩 센터럴 구축 등 총 25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확보를 추진했다. 허 시장과 국회의원 등의 노력으로 미래성장 동력인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해주는 규제자유특구에 대전 바이오메디컬 사업이 포함됐다. 앞서 대전 신동, 둔곡지구에 메디바이오 산업단지 조성공사는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충남대학교 등에서 양질의 인력을 양성, 배출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바이오산업에 필요한 인력, 공장용지, 투자재원, 규제완화 등 일련의 패키지가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느낌이다.

현재 대전 바이오 기업은 78개에 수백 명이 종사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보스턴 사례나 영국의 바이오경제 일자리 예측에서 보듯이 대전시가 체계적으로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면 국내외 유수 바이오기업 유치 및 스타업기업 출현으로 300개 이상의 기업과 7만 명 이상의 종사자가 근무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과 기업이 한팀이 되어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산업에 접목하고 시민들이 기대하는 성과가 나와야 할 것이다. 바이오경제는 1년생 화초가 아닌 100년 거목을 키우는 마음으로 다 함께 끈기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배상록 대전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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