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기업협의회 회장
안경남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기업협의회 회장
자동차 기술이 정말 좋아졌다는 것을 최근 피부로 느꼈다. 얼마 전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 든 차량과 부딪힐 뻔 했지만 레이더, 센서 등으로 구성된 전방충돌 방지시스템 덕분에 사고를 피한 일이 있었다.

최근 우리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19라는 돌발 사태는 내 차로에 갑자기 뛰어든 대형 화물차 같은 경영 계획상에는 전혀 예측치 못했던 돌발변수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험을 인공지능(AI)은 사전에 예측하는 기염을 토했다. 캐나다의 AI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이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한 달 먼저 우한 폐렴을 경고한 것이다.

세상 어느 구석에선 그마저도 읽고 있는 센서가 있었다는 얘기다. 정보의 레이더를 활짝 열어야 할 이유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최고경영자를 늘 긴장시키는 것이 `변수`의 관리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안이 발생할지 모르니 항상 레이더를 켜 놓고 지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코로나19 사태도 그렇다.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자면 전방을 주시하면서 룸 미러, 사이드 미러까지 파노라마식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또한 완벽한 도구가 아니어서 차선을 변경할 때 재차 확인하지 않으면 접촉사고는 물론 최악의 경우 사망사고 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3개의 거울로도 볼 수 없는 숨겨진 구간, 다시 말해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우리의 관심을 새롭게 끈 단어가 `와이어링 하네스`다.

이 자동차 부품은 차량 내부에 깔리는 배선 뭉치로 자동차의 혈관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으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자 한국의 자동차 산업 전체가 멈춰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값싼 제조원가만을 찾아 중국으로 공급선을 올인 해버린 탓이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대비책 없는 공급일원화가 얼마나 위험한지가 일선 경영자의 한 사람인 내게도 아프게 다가왔다.

중국 사기(史記)의 맹상군열전에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영리한 토끼는 위험에 대비해 도망칠 수 있도록 3개의 굴을 판다는 뜻으로 위기를 피하거나 재난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리 대비책을 준비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일종의 `플랜-B`나 `백업 플랜`에 해당한다. 교토삼굴과 비슷한 사자성어로 유비무환 외에도 거안사위(居安思危)가 있다. 평안할 때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잊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시국을 보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미리 대비책을 마련 할 수 있도록 하는 성능 좋은 `레이더`를 갖추는 것이 필수인 것 같다. 다행히 요즘에는 고성능 레이더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책 이외에도 많다. 오프라인으로는 대전에서 활성화된 조찬 포럼 등이 있고, 온라인상에는 유튜브를 위시해 팟캐스트, 테드(TED) 강연에 이르기까지 변수 관리에 유용한 도구들이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레이더의 유효성을 입증한 사례를 소개하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0년 7월부터 113일 동안 벌어졌던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독일의 대규모 침공으로부터 영국을 구한 두 주인공이 있었다.

하나는 영국 남동부에 집중적으로 구축된 레이더망이고, 또 하나는 뛰어난 성능의 `스핏파이어` 전투기였다. 독일 공군기들의 움직임을 레이더망으로 사전에 간파하고 스핏파이어를 출격시켜 격추시킴으로써 2차 세계대전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조직과 나 자신의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해 가능하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요즘. 시간을 내서 나는 어떤 레이더를 통해 어떻게 위험을 대비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자 한다.

안경남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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