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과 나

조윤희 대전선병원 인공신장실 팀장
조윤희 대전선병원 인공신장실 팀장
2020년 경자년,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아니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혈액투석,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듯 낯선 단어가 아닐까? 혈액투석은 혈액투석장치를 이용해 혈액 속의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고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게 해주는 치료다. 보통의 입원환자는 한 번 퇴원하면 다시 오는 일이 흔치 않지만, 혈액투석 환자들은 일주일에 3번 병원을 방문해 한 번 방문할 때마다 4시간 동안 혈액투석을 받아야만 생명을 유지 할 수 있다.

정기적인 투석치료와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혈액투석 환자는 투석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토요일, 공휴일, 명절도 없이 병원에 내원하는 투석환자에게 인공신장실 간호사는 때론 아내, 남편, 형제, 자녀의 입장에서 정서적인 지지를 보내고 환자와 가족들이 투석 생활에 조금이라도 일찍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들이 투석치료 전 다소 힘들었던 얼굴에서 치료 후 조금 편안해진 얼굴로 손을 꼭 잡아줄 때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느낀다. `언제나 최선의 간호를 제공하고 싶다`는 소명 의식도 다시금 새긴다. 또한 작은 것에도 늘 고마워하는 혈액투석 환자들을 볼 때마다 여러 환자들을 동시에 간호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잘해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어느덧 인공신장실에서 환자들과 관계를 형성한지도 20년이 넘었지만, 몇 년을 보아 온 환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가슴 한 구석에 휑함을 느끼는 것도 여전하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0년 이상을 일주일에 3번, 한 달이면 12번, 일 년이면 144번을 만나는 환자들이 어느 순간 평소에 오던 요일, 시간에 오지 않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환자들을 정성껏 간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해를 더할수록 커져 이런 마음을 20대였을 때보다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인사말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늘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무심한 말인 것 같지만, 투석환자들에게는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지 않을까? 투석환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증이 생기고 자신과의 싸움을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이어간다. 투석환자들이 힘든 가운데서도 오늘도 좋은 시간 보내기를 기원해 본다.

조윤희 대전선병원 인공신장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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