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오두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과학과 기술은 흔히 `파워커플(power couple)`이라 지칭된다. 혁신적인 신기술이 발명되면 새로운 발견들로 인해 지식이 폭발적으로 확장되어 과학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이언스지는 이 파워커플의 시너지가 바이오에 분야서 크게 창출된다고 주목한 바 있다. 현미경은 미생물학 연구의 도약을 이끌었으며,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은 분자생물학 연구의 혁명을 촉발했다. 최근 개발된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 및 이미징 기술들은 면역학, 발달 생물학, 종양학 등 다양한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지식들을 창출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세계경제포럼, MIT 등에서 매년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미래유망기술을 발표해 오고 있다. WEF는 2019년 미래유망기술 10개 중 5개를 DNA 데이터 저장, 순환경제를 위한 바이오 플라스틱 등의 바이오 유망기술들로 선정했으며, MIT도 절반을 바이오 관련기술로 선정해, 미래유망기술에서 바이오 분야가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하는 과학연구지도인 최신 사이언스 맵 2016에서도 21개의 과학 전 영역 중 바이오 분야가 10개로 다수 분포하며, 바이오 영역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바이오가 미래사회에 끼칠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KISTEP과 KISTI가 매년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서 미래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미래 유망기술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2015년부터 발굴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올해 2020년 결과를 지난주에 발표했다. 바이오 분야를 크게 기초·생명과학/공통기반(Platform Bio), 보건의료(Red Bio), 농림수축산· 식품(Green Bio), 산업공정/환경·해양(White Bio) 분야로 구분해, `Platform, Red, Green, White Bio로 살펴본 10대 미래유망기술`이라는 부제로 소개했다. 선정된 10개 기술 중 플랫폼 바이오에는 혁신적 유전자편집기술인 `프라임 에디팅`이, 레드 바이오에서는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노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조직 항상성을 유지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조직 내 노화세포 제거기술`이, 그린 바이오에서는 우수형질의 식물 개발과 관련된 `식물 종간 장벽제거기술`이, 화이트 바이오에서는 기존의 자연세포에서 구현되지 않는 합성경로를 통해 신규 화학소재 등을 제조할 수 있는 `무세포 합성생물학`의 파급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올해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은 우리 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삶의 전반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기재부 중심의 관계부처 합동 작업으로 `바이오 산업 혁신 정책방향 및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10대 과제 중 R&D 부문 핵심과제로 `바이오 부가가치의 원천인 미래유망기술 확보`가 포함됐으며, 특히, 공통기반기술인 플랫폼을 포함해 레드, 그린, 화이트 바이오 분야별 미래유망기술을 강조했다. 정부가 바이오가 미래에 끼칠 커다란 영향력과 파급력을 미리 예상해,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확보를 R&D 부문 핵심 과제로 선정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 바이오 경제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그의 저서 `미래와의 대화`에서 "비전은 미래와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몇 년 후나 몇 십 년 후에 실현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비전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전은 처음에는 작은 씨앗과 같다"라고 언급했다. 생명연에서 발굴한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이 향후 바이오 분야의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오두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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