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발 폐렴이 국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데, 전자현미경 사진에서 보이는 바이러스의 형태상 특징에서 명칭이 유래됐다. 이 감염증은 WHO에서 `COVID-19`로 명명했는데, `COVID`는 코로나(Corona)/바이러스(Virus)/질병(Disease)의 줄임말이며 `19`는 2019년을 의미한다. 감염증의 한글 명칭은 약어로 코로나19(일구)이다.

지난 세기까지 코로나바이러스는 4종이 알려져 있었으며, 주로 경미한 상기도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였다. 그러다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인됐고, 2015년 전 세계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총 7종의 병원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해 있다.

근래 발견된 3종의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 낙타 등 동물로부터 유래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원 숙주동물에서는 경미한 감염만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때에는 심각한 타격을 주는 괴질로 바뀌곤 한다. 동물 유래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껏 다 조사된 것이 아니므로 알려진 7종 외 새로운 바이러스가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핵심 성분에 해당하는 유전 물질이 리보핵산(RiboNucleic Acid, RNA)으로 구성되어 있는 `RNA 바이러스`라는 특징을 갖는다. 대부분의 생명체에서 유전 정보는 DNA에 담겨 있는데, 이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해석해 단백질 합성을 하는 세포 소기관에 전달하는 물질이 RNA이다. RNA 바이러스는 고유의 유전정보를 DNA가 아니라 RNA의 형태로 가진다.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SARS, MERS 뿐 아니라 에이즈, 에볼라, 인플루엔자 등이 대표적인 RNA 바이러스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듯이 DNA는 무척 안정적인 물질이어서 오래된 화석에서도 추출 가능할 정도이지만, RNA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해 RNA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잘 교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탓에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키며, 이는 백신 개발을 어렵게 만들고 어렵게 만든 백신의 유효 기간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잦은 돌연변이는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 획득을 용이하게 하고, 경미한 증상부터 심각한 병세까지 임상 양상을 다양하게 나타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로서의 까다로운 특성을 가질 뿐 아니라, 새로이 등장한 병원체이기에 질환의 임상 경과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현재까지의 양상을 보면 최대 잠복기는 2주이고, 무증상 감염 전파는 거의 없으며, 주로 비말로 전파되는 듯 하다. 하지만 잠복기가 2주 보다 더 긴 것으로 추정되는 증례도 있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무증상 감염자 전파 또는 공기 매개 감염 가능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 보다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이 있다. 뚜렷이 호흡기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그것이 코로나19가 아니라 감기나 독감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지만)이 있음에도 주위에 대한 배려 없이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 차단 기능이 있는 KF94 수준의 마스크를 착용해야할 사람들이 모두 다 착용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꼭 필요한 사람만이 마스크를 찾는다면 마스크 대란은 없을 것이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많은 노력이 한두 명의 무신경한 전파자로 인해 무력해지고 지역 사회 감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깝다. 감염병 한번 돌 때마다 이런 비용을 반복해서 치러야 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은 `파산`하고 말 것이다. 그 비용이 헛되지 않으려면 교훈을 얻어야 한다.

각종 국가적 재난 상황시 물론 기존에 마련되어 있는 지침이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실제 수행 단계에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 의견을 최우선해 필요한 대책이 적시에 시행되어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재난 상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시민의식을 공유하고, 작은 사안에서부터 기본적인 사회적 신뢰 관계를 축적해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평상시에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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