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불안·혼란 증폭…쌀, 라면 등 판매 급증

사진=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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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세종시에 코로나19(우한폐렴) 확진자가 잇달아 나오면서 지역사회가 패닉에 빠졌다. 특히 대전 확진자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지하상가, 편의점, 음식점 등을 수시로 오간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 불안과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대다수 시민이 외출을 자제하고 일부는 생필품을 사재기하며 심리적인 자가봉쇄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자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한 시민들이 생필품·식료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나섰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쌀·라면·밀가루·고기 등 사재기 목록을 추천하는 게시글도 등장했다. 23일 오전 10시쯤 동구의 한 중형마트에서는 쌀·달걀 등 생필품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 매장 내에는 10명 가량의 손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장바구니에는 라면, 즉석식품 등이 가득했다. 시민 이모(32)씨는 "마지막 남은 달걀 한 판을 겨우 샀다"며 "같은 지역구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코로나 사태가 한동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식료품 위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마트 직원 박모(45)씨는 "어제부터 생필품을 사가려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이미 재고도 다 떨어진 상황"이라며 "생수, 라면, 햇반 등 즉석식품을 구매하는 손님들이 현저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포근한 날씨를 맞은 주말에도 대전과 세종지역 아파트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빼곡했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외출과 외식 등을 꺼리게 만들고 있는 것.

세종시 반곡동에 거주하는 시민 양모(42)씨는 "집안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왔지만 최대한 빨리 집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아들 유치원에서도 휴원한다는 문자가 왔는데 정말 막막하다. 직장 출근만 아니면 아이와 함께 집에만 있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들 또한 회식과 저녁약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대외활동을 줄이는 분위기다.

직장인 문모(40)씨는 "대전과 세종, 계룡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며 다음 주에 잡힌 저녁 약속이 모두 취소됐다"며 "회사에서도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조기퇴근을 권장하고 있다. 반강제 `저녁 있는 삶`이 실현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불안이 분노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22일 대전 서구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치른 신랑 조모(39)씨는 잇단 확진자 발생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조씨는 "국가적인 재난상황으로 어쩔수 없지만 대다수 하객들이 참석을 못한다는 연락과 일부 참석한 하객들도 식사는 하지 않은 채 축의금만 전달하고 돌아갔다"면서 "당초 예상인원(지불보증인원)의 절반도 안됐지만 금액을 다 지불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가격리 조치 등의 대처만 제대로 했어도 이 지경까지는 안됐을 텐데 지금 상황에 어이가 없고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조남형·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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