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루씨 '아무튼, 순정만화' 출판, 어머니 박경이씨 16년 전 '만화 학교에 오다' 출판

만화를 사랑하는 모녀인 엄마 박경이(오른쪽)씨와 딸 이마루(왼쪽)씨가 천안시 광덕면의 자택 2층 서가에서 딸의 첫 책, `아무튼 순정만화`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만화를 사랑하는 모녀인 엄마 박경이(오른쪽)씨와 딸 이마루(왼쪽)씨가 천안시 광덕면의 자택 2층 서가에서 딸의 첫 책, `아무튼 순정만화`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엄마의 깊은 만화 사랑이 딸에게도 이어진 것일까? 20여 년전 수업현장에 만화를 접목해 당시 드물었던 관련 경험을 단행본으로 출판했던 박경이(62·천안시 광덕면)씨의 딸인 이마루(35)씨가 최근 순정만화를 소재로 `아무튼, 순정만화`를 펴냈다.

이마루씨는 서재를 만화책으로 채우고 만화에 관한 책까지 낸 엄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만화를 보고 그렸다. 천안시 광덕면 부모님 댁 2층 서가의 원목 책장에는 지금도 1000여 권 넘는 만화책이 빼곡히 꼽혀 있다.

부부 교사였던 부모님 전근을 따라 소도시 곳곳을 옮겨 다니며 `만화 키드`는 더더욱 만화에 빠졌다. 만화잡지, 도서 대여점의 흥망성쇠를 겪으며 자랐다. 이씨는 어릴 때 받은 세례명이 `에디타`여서인지 잡지사 피처 에디터로 십 년 넘게 일하고 있다. 순정만화 이야기들을 책 한권으로 쓸 수 있다면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고 여겨 `아무튼` 시리즈 27번째 권으로 이달 초 `아무튼, 순정만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런데 왜 하필, 순정만화일까? 이마루씨는 "남성 캐릭터의 조력자이거나 연애 대상이 아닌, 어린 여자애가 주인공으로 우정과 사랑, 운명의 결투 등 다양한 상황을 맞이하는 작품 자체가 현저히 드문 상태에서 순정만화에 관심 갈 수 밖에 없었다"며 "초등학생일 때는 만화 속에 묘사된 중·고교 풍경이, 조금 더 자랐을 때는 대학에 들어갔거나 사회 생활을 시작한 주인공들 모습이 저에겐 어떤 친근한 미래상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원조 만화애호가인 엄마는 만화를 다룬 딸의 첫 책에 대해 "만화가 하나의 예술로서 읽히고 토론할 가능성이 있는 장르임에 확신을 갖고 가르쳐온 것을 자식을 통해 확인하고 증명받은 느낌"이라며 상찬을 아끼지 않았다.

만화를 주제로 한 모녀의 공동 출판 계획을 묻자 두 사람 모두 손사래를 쳤다. 이마루씨는 "엄마와 저는 좋아하는 만화의 방향이나 심적으로 공감하는 작가 리스트가 차이가 좀 난다"며 "오히려 출판편집자인 여동생과 80년대 후반 태생 30대 여성으로 책을 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순정만화 부흥을 위해 "작가들 작업 여건이 나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순정만화를 `끝난 문화, 추억` 취급하는 것에 미디어나 독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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