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근현대사 문화유산 기록화 등 조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지역 근현대 문화유산 자원 관리는 공회전하고 있다.

20일 대전시에 따르면 근현대사를 기록한 기념·사적비 등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보문산에는 1945년(을유년) 8·15 해방을 기념해 세운 을유해방기념비, 목척교에는 4·19기념비, 유성구 유성초등학교엔 해방기념비 등이 건립돼있지만 안내문이나 표지석 하나 없이 방치돼있는 실정이다.

을유해방기념비는 1960년 대전역광장에 재건됐으나 대전역 개발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가 1971년 보문산공원으로 이전했다. 보문산 야외음악당 올라가는 길 왼쪽에 위치해 있지만 관련 문구나 표지석 없이 덩그러니 비석만 있는 상태다. 이 기념비는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대전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세운 것으로 현재 전국에 남아있는 8·15 해방 기념물 중에서 가치가 큰 유물로 전해진다.

1960년 4·19혁명 선봉에 선 학생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목척교에 세워진 표지석 역시 안내문 하나 없이 비석만 달랑 있다. 유성초에 있는 해방기념비 역시 관리가 안되고 있다.

시는 을유해방기념비를 원래 자리인 대전역으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코레일과의 협의 계획도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헛바퀴만 돌고 있다.

을유해방기념비가 본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물음표다. 시는 지난 해 대전역 서광장에 단재 신채호 선생 동상을 세우려고 했지만 코레일 측의 반대로 서대전광장에 건립했다.

이들 자원 관리 및 활용안을 수립하기 위해 부서 일원화 필요성도 나온다.

근현대 문화 유산이지만 등록문화재 등으로 지정이 안되면서 장소에 따라 각각 관리 부서가 나뉘어져 있다. 4·19표지석은 시 건설관리본부, 을유해방기념비는 시 공원사업소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보문산 등 지역의 근대 역사 가치를 지닌 기념비들이 다수 있는데 천덕꾸러기처럼 방치된 상태"라며 "중요한 문화자원인 만큼 최소한 안내문이라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기념비의 역사적 가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제대로 보존 관리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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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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