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세상만사 꿈 같구나. 너희 욕망을 나의 강철 어깨에 짊어진 지 오래다. 뿐이냐. 나의 길을 따라 너희는 모여들어 살았고 부귀영화도 누렸다.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유난히 반짝이던 나의 낯빛은 또 어떠하냐. 주야장천 산업의 동맥을 뛰게 하는 온갖 물자를 실어 나르느라 나의 강철은 그렇게 단단해지고 윤이 났구나. 이 풍진세상을 만났으니 나의 희망은 무엇이어야 하느냐. 삶의 지근거리에서 숱한 생몰과 이전투구를 지켜본 역사의 목격자가 이제 효용을 다한 도시의 걸림돌로, 안온한 일상을 위협한 혐의자로 전락한 바 황망하다. 엄벙덤벙 함부로 살지 않았느니. 철의 길에 자갈을 깔고 다시 침목을 놓아 스스로 흐트러짐 없이 다그쳐온 고단함을 네 잊었느냐. 나의 길에 늘어선 어딘가에서 주색잡기에 침몰한 것은 너였다.

곰곰 생각하니 세상만사 한낱 춘몽이구나. 늙은 너희 선조가 일찍이 나의 길을 따라 걸으며 낮은 목소리로 한탄하듯 내뱉은 그 노랫말을 기억한다. 때로 누군가 끝없는 철길 위에서 초점을 잃은 채 우두커니 서 있고 진동하는 쇠의 울림에 눈물겨워 하는 게 그 때문 아니냐. 너희 선조와 그 곡조는 나의 길 곳곳에 굽이굽이 아로새겨져 있다. 먹고 사는 것 외에 다른 건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 나는 너희의 세상 한가운데 부설됐다. 네 삶의 중심이었고 너희 도시를 키운 팔 할은 나였다.

세상만사 잊으면 희망이 족하다. 쓰임이 다했다면 기꺼이 나를 땅 속으로 묻으라. 내가 가야할 길과 너희 사람 길은 다르니. 지나온 모든 폐허 위에 너희가 만들어갈 새로운 시대와 전통은 무엇이냐. 나의 강철 레일과 침목과 자갈궤도를 다 뒤집고 일어서 너희가 100년 뒤 후손들에게 물려줄 희망의 노래는 무엇이어야 하느냐. 2020년 오늘을 살아가는 너희가 지금 결단하지 않고, 머뭇거리다, 남의 눈치만 보다 결국 오래된 철길 위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희망가`를 다시금 읊조릴 것이냐.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속에 던져 주었다.` 핍진한 내 삶에 대한 너희 찬사는 이것으로 족하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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