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사회의 각 부분은 동일한 수준으로 발전한다.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사법·검찰 적폐 등) 모두에서 사회 각 부분은 비슷한 수준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첨단을 달리는 분야는 역시 산업계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르기는 하지만 후진적 규제로 인하여 발전 속도는 상당히 억제되어 왔다. 현재 한국경제는 구조적으로 정체기에 있다고 판단된다. 해방 이후 정부주도의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정부주도의 성장 개념은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한국은 다음 단계의 산업구조를 이미 실행하고 있어야 하는데,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은 후 구조개혁에 대한 동력을 많이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현재 세계경제의 흐름은 디지털 경제로 요약할 수 있는데, 산업구조 개편이 절실한 우리 역시 따라야 할 흐름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한 소위 데이터3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데이터3법은 1. 개인정보 보호법, 2. 정보통신망법, 그리고 3. 신용정보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경제는 산업의 전 분야를 경쟁력 높은 고부가가치 분야로 탈바꿈 시키는 것에 목표점을 둔다.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있는 모든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여 사업적으로 의미 있는 것을 도출하고, 나아가 실제 응용 사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를 이용에 제약이 너무 커서 현대적인 의미에서 중요한 분석·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무 했다. 예를 들어 금융계에서는 투자자, 금융소비자, 그리고 금융기관을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는 기회(=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금융 산업의 발전에 도움될 것들을 끌어내지 힘들었다. 이는 금융당국과 재무당국의 정책적 역량을 제한하는 것이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데이터 접근성 제한으로 인해 선진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규모 연구가 불가능했고, 그래서 환자의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많은 기회가 제한되었다. 이번에 통과된 데이터3법은 현재와 미래 정보산업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유럽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우리의 정보 산업을 키우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보산업은 근래에 급격하게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어서 법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가들이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여 지속적으로 데이터3법을 업데이트 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데이터3법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개인정보보호가 미흡하다는 시민단체들의 우려도 크지만, 필자는 이러한 우려에 일부분만 공감한다.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은 너무나 선택적으로 작용해 왔다. 대다수 국민들의 주민번호와 금융정보 등은 이미 속된 말로 털려 있는 상태다. 만연한 스팸(전화, 이메일 등)과 피싱전화 등이 바로 그 증거다. 그런데, 이러한 범죄들이 제대로 처벌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극히 드물다. 반면, 비식별 혹은 가명 정보를 이용하여 연구 활동을 하려 해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은 전무했다. 대표적인 예는 부동산 시장이다. 제대로 된 정책은 올바른 연구로부터 비롯될 수 있음에도 데이터 접근성이 제한되어 제대로 된 연구는 하나도 없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우리는 현실에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현실에 부합하는 탄력적 법적용을 하되, 정보보호에 관한 최소한의 장치를 위반하는 주체에 대해서 큰 벌금과 강한 형사처벌이 가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이번 법 개정이 정부의 데이터 관련 정책과 경제주체들의 산업구조 개선 노력에 크게 이바지하길 바란다.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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