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화상경마장 폐쇄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건물에 대한 활용 방안을 두고 마사회와 대전시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이다. 내년 3월 폐쇄를 앞둔 경마장 건물을 시가 기부채납을 희망하고, 마사회는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아 답답한 형국이다. 마사회는 5월까지 이 건물에 대한 매각 방법을 최종 결론 낼 방침이어서 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관심이다.

1999년 문을 열고 20년째 운영 중인 화상경마장은 2018년 한 해 32만 5000여 명이 방문, 254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2400여 명에 이르고 17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경마장이 있는 월평동은 이 전만 해도 주거·교육 환경이 좋은 대전의 신도심 지역이었다.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서부터 학원과 사무실이 하나둘 문을 닫더니 그 자리에 성인오락실과 유흥업소가 채워지면서 환락가로 변했다. 도박중독자를 양산한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주범으로 지목돼 폐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마장 폐쇄 이후 주변 상권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연면적 2만 4870㎡에 이르는 12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공실이 생기고 방문객을 상대로 한 주변 상권이 몰락할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당장 건물관리와 보안 등을 위해 고용한 인원 2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800여 명의 문화센터 이용자들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권의 90%가 점포를 내놓은 걸로 봐 경마장 인근 상권 공동화는 이미 진행 중이어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380억 원으로 추정되는 경마장 건물을 마사회가 선뜻 기부채납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시는 기부채납만 바라볼 게 아니라 매출 감소와 폐업 위기에 내몰린 상권 살리기에 골몰할 때다. 옛날처럼 신도심의 활기를 되찾긴 힘들겠지만 지역상권 활성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20년 동안 고초를 겪은 주민들을 위한 통 큰 결단을 이끌어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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