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하 시인
최길하 시인
김정은의 `백두산 백마퍼포먼스`는 2020년 신년사

사이버게임인가? 백마의 갈기를 날리며 달리는 "백두혈통(?)". 눈, 백마, 백두산. 4중 백이다. 이 생뚱맞은 퍼포먼스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신년사가 백마퍼포먼스라니?. 고도의 은유 메시지다. 한 달 먼저 내놓은 신년사. 한 달 후에는 각주 한마디 단다. <믿을 놈 없다. 자력으로 해내자. 힘을 모으자> 간명하다. 장황하게 설명하면 은유의 스펙트럼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시차를 두고 서서히 영화는 전개되고 있다. 6년 만에 고모 김경희가 등장하고 40년 해외에 있던 삼촌 김평일이 돌아왔다. 평론가들은 감금이라고 헛다리를 짚었다. 어울리지 않게 왠 핏줄 잇기? 백두혈통, 이 코드의 등장은 또 무엇인가?

첫째, 천손이란 정체성 각인이다. 둘째, 하늘에 이 일(신년 메시지)을 인가받았다는 뜻이다(성지 백두산). 셋째, `따르라`다. `제정일치`인 것이다. 짧고 힘 있게 단 각주는 `자력!`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의 건국시조는 알에서 금빛 찬란한 빛을 뿜으며 탄생한다. 알(白)은 태양이며 빛의 씨앗이다. 신라금관을 보면 나무 위에 새가 있다. 새는 태양의 메신저고 정기다. 건국시조는 모두 아버지가 없다. 어머니만 있다. 수태시킨 정자는 태양이기 때문이다. 깨어날 때는 찬란한 금빛을 펼(麗.羅)치며 깨어난다. 태양이 태어나는 것이다. `조선` `아침`이란 단어도 이런 뜻이다.

<영원한 태양이신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장군>이라고 한다. 백두혈통! 하느님아들이라는 거다. 그래서 <존엄>이다. 고대국가 탄생신화를 베낀 것이다. 나라이름도 "조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든 빨치산영웅(김일성)은 이렇게 "북조선" 건국시조가 된다.

3대 김정은은 대를 잇기에 고리가 약했다. 어리고 형도 있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거푸집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몸동작까지 베낀다. `검사내전`에서 짝퉁 반지 하나로 안은진 사무관이 졸지에 카뮬로스대군주가 되어 검사를 마부로 만들더니 현실로 이어져 연인까지 된다. 사이버공간 같은 신격화 판타지다.

백두산 백마 퍼포먼스도 우상화를 위한 판타지의 카테고리다. 해방 이후 김씨정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생이별을 하고 자유를 억압당하고 가난에 굶주렸는가. 그런데 박정희의 정치는 군사독재며 경제는 매판자본이고 김일성은 주체사상이고 민족주의자라고? 프레임을 규정하기 위한 지문이다. 이 지문에서 선악을 고르라는 것이 우리 정치사회의 한 날개다. 남북한 현대사를 대하는 소위 민주화세력의 역사관은 왜 각각 다른가? 북한정권에 마냥 관대한 세력은 "그럼 전쟁을 하자는 거냐?"고 반문한다. 임팩트하고 옳은 말 같으나 이는 군사독재와 민족주의로 선악을 고르라는 말과 같다.

백마퍼포먼스 백두혈통 코드를 풀어보면 북한동포의 미래가 보인다. 숨은 그림이 진짜 메시지고 보이는 그림은 감추고 헷갈리게 유도하는 은폐문양이다. 코드를 읽는 것은 방정식을 푸는 것이고 방정식을 푸는 것은 미래를 읽는 것이다. 사드는 미사일이 진행하는 시공간 X-Y 좌표를 따라가며 읽는다. 입자이며 동시에 파동인 숨은 함수를 푸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백두산퍼포먼스는 영화 기생충의 수석 같은 것.

최길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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