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생산과 부양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고령화 추세는 충분히 대응가능한 문제이다. 세계사를 돌이켜 보면 사회는 유기체와 같아서 발현된 병리적인 현상을 나름대로 빠르게 해결하면서 발전해 왔다. 어떤 사회는 전쟁으로 수많은 젊은 남자들을 잃었지만, 그 자리를 여성과 노인들이 적절히 대신함으로써 성장을 지속하였다. 단순히 일할 젊은이가 부족한 문제라면 오래 사는 만큼 노인들이 더 일하면 되고, 이 시대의 노인들은 기꺼이 더 일할 마음가짐과 건강, 그리고 숙련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장수의 시대는 성큼 다가왔는데,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답답해한다. 지금처럼 50대 후반에 은퇴한다면 30년가량 번 돈으로 50년 가까운 노년기를 살아가야 한다. 만족스럽게 소비하고 문화와 여행을 즐기면서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서민들은 은퇴하고 나서도 또 다른 직업을 구해 한참을 더 일해야 필요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사실 일한다는 것은 이렇게 노후생계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일을 함으로써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동료들과 사회적 관계를 계속함으로써 노년기의 우울함을 극복하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노인이 허약하고 보호받을 대상이었지만, 요즘의 노년층은 여전히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왕성한 기력을 지닌 이 시대 노인들이 부양대상이 아닌 경제활동인구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년을 현실화하고, 고용확대, 시니어 적합 일자리 창출과 같은 고령화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채석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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