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원신흥유치원에 재직중인 민경훈(34)씨가 원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원신흥유치원 제공
대전 유성구 원신흥유치원에 재직중인 민경훈(34)씨가 원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원신흥유치원 제공
"남자 유치원 선생님은 보기 드물죠. 그게 최고의 장점입니다."

대전 유성구 원신흥유치원에 재직 중인 민경훈(34)씨의 말이다. 그는 유치원 교사다. 대전지역 공립유치원 교사 중 남교사는 민씨를 포함해 3명이다. 얼마 전까지는 대전 유일의 유치원 남교사였다. 민씨가 유치원교사를 택한 계기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 그는 심리학도였다.

민 씨는 "부모님이 어린이집을 운영했고 그래서 인지 어렸을 적부터 유아교육에 관심이 많았다"며 "대학은 심리학과로 진학했는데 대학원을 아동심리로 전공했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다시 대학에 입학해 유아교육을 전공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대전의 한 대학 내 부속유치원에서 처음 교편을 잡고 1년을 지냈다. 물론, 처음은 어색했다.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교사는 통상 여교사들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실제 유치원 교사 중 성비는 여교사가 압도적이었다. 이 점이 오히려 민씨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남성 유치원교사가 독특하게 느껴져 임용시험을 준비했고, 1년만에 당당히 합격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원신흥유치원에 재직중이다. 아직 새내기 교사지만, 교육에 대한 열의는 누구보다 가득하다.

그는 "아무래도 학부모들이 남교사를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동료 교사들도 남교사를 접한 적이 없다"라며 "그러나 유치원 교사라는 직종이 적성에 너무 잘 맞았다. 아이들을 대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고 함께 노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민씨는 5세에서 7세까지의 아동을 가르친다. 줄곧 7살 원생들을 맡았다. 대학생 시절 전공한 심리학이 큰 도움을 줬다. 자칫 남교사를 어려워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그는 무릎을 굽혀 앉아 눈을 맞췄다. 그리고 귀를 열었다.

그는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미숙한 측면이 있다. 못하는 게 아니고 할 수 없다는 발달적인 부분을 설명해줘야 한다"며 "심리학에서 아동발달은 굉장히 중요한 분야다. 성인은 심리학상 고착화가 돼 변하기가 어려운데 아동들은 가르침에 따라 금방금방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말했다.

민씨는 남교사의 단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게 장점이라고 흔쾌히 답했다. 특수하다는 얘기다. 실수를 하면 실수가 부각될 수 있고, 반면에 잘하면 잘할수록 부각이 된단다.

그는 유치원 교육의 변환점에도 서있다. 원신흥유치원은 개정누리과정 시범유치원이다. 담당교사인 민씨는 개편한 유치원 교육과정을 설명하며 놀이와 배움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 씨는 "유아교육에 중요한 것은 놀이와 배움인데, 사회적으로 놀이를 배움으로 인식하지 않는 시각이 상존한다"며 "유아발현적인 놀이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아이들도 그 속에서 스스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유아교육의 미래는 다양하다. 교실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의견을 존중해주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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